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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사진관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05. 1. 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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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사진관은 번화한 홍대로 가는 중심도로 변에 있다. 무엇보다도 건물은 광고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진가의 집과 적당한 임대수익을 충실하게 올릴수 있도록 건물의 기능과 프로그램을 갖는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처음, 상상사진관의 공간 구성에 모티브가 된 것은 브람 스토커(Abraham Stoker) 의 드라큘라(1897)가 사는 ‘성’이었다고 한다. 소설 속 드라큘라의 성처럼 건물이 이야기를 하는데, 층마다, 방마다 각기 다른 공간 플롯을 구성한다. 지하층은 지하 무덤과 포도주 창고(사진가의 작업실과 주차공간 등)를, 1층은 드라큘라 성으로 들어가는 로비(의류매장)가 되었고, 의류 매장이 입주해 있다. 2,3층은 드라큘라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공간(임대공간)이고, 4층은 연회장(바와 스튜디오), 5층은 비밀 접견실, 6,7층은 개인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주택과 나무로 된 오두막집(주택)으로 구성된다. 나무 오두막집은 드라큘라 성 전체를 움직이는 조종실과도 같다.


그러나 드라큘라의 성은 마을로부터 격리되고 드라큘라의 성에 사는 드라큘라는 마을 사람들로는 고립된 존재가 된다. 건축주 스스로 고립되는 존재가 되고 싶어했다. 마치 드라큘라의 파티가 끝나면 고립에 휩싸이는 자신만의 성이 되듯, 사진가와 모델의 커뮤니케이션이 끝나면 사진가는 자신의 세계가 방해 받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 단절되기를 바랬다. 상상사진관의 단절은 내부와 외부와의 단절이기도 하며, 내부와 내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절은 의도된 것으로, 상상사진관에서는 건축주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등의 의미)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배타적, 이기적, 단독적인 의미에서 단절의 의미가 더 강하다.


6,7층 건축주와 가족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부유하는 형태’를 의도한 것인데, 주변과 대지로부터 분리되어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 건축가의 말이다.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형태를 제안한 것이다. 또 하나 건물 내에서 고립과 단절, 배타성은 복잡한 동선이 말해준다. 내부에서 동선은 세가지가 존재하는데, 진입에서 주택까지 움직이는 건축주의 동선과 주택 내부에서 건축주만의 동선, 진입에서 4층까지는 세 가지 동선이 뒤섞이지만, 건축주만의 동선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드라큘라가 자신만의 비밀통로를 따라 성 전체를 유유히 돌아다니듯, 건물은 미로가 되어버린다.


건축가는 컨텍스트나 장소성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은 없다고 고백한다. 의도적으로 ‘홍대스러운’ 건물이 되고자 하거나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건축주는 자신의 작업과 자신만의 세계를 위해, 건축가는 그동안 건축 작업과 앞으로 작업 과정에서 터닝포인트로서 상상사진관이 존재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들이다. 개인의 욕망이 상상사진관을 만든 것일 게다. 때문에 상상사진관이 문화적 주장이나 명분이 있는 건물은 아닌 듯 보인다.


홍대 주변은 변화의 에너지가 넘치고, 기가 세다. 그 정체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호하지만, 막상 홍대 주변으로 그럴듯한 건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누군가 무엇을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든간에, 결과적으로 상상사진관은 홍대와 어울린다는 평을 받는다. 그 상상사진관은 노출콘크리트에 송판을 덧대고, 폴드가 시작되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조형 형태도 뚜렷한 의미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 건축가의 노트다. 


위치_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18, 20번지   대지면적_461.60㎡   지역지구_일반주거지역   건축면적_270.07㎡   연면적_1706.91㎡   건폐율_59%   용적률_299%   규모_지하 1층/ 지상7층   주차대수_13대(지상5대/지하8대)   용도_근린생활시설, 사진관, 주택   구조_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_송판노출콘크리트, 헴록위 오일스테인, 징크판 거멀접기, 익스팬디드 메탈(아연도금)   내부마감_압출성형시멘트패널, c-black 버너구이, 헴록위 오일스테인, 익스팬디드 메탈(아연도금)   설계기간_2003. 3. ~ 2004. 9.   공사기간_2003. 10. ~ 2004. 11.   건축주_강영호   건축설계_문훈건축발전소+건축사사무소D.N


건축문화 05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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