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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집(전영임 사옥)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03. 1. 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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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집(전영임 사옥)’, 건축가 김인철의 작업공간인 아르키움 사옥과의 인연으로 건축되었다. 패션 디자이너 전영임의 작업공간과 주거공간 그리고 패션 부틱을 수용하는 건축 프로그램을, 건축주가 아르키움에서 먼저 읽어내었다.

다중의 건축 프로그램을 해결할 수 있는 터를 찾은 것과 이미 발견한 터에서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기도 했다. ‘휘어지는 집이 들어설 터는 일방향 소비 문화로 대표되는 강남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나있고, 패션거리와 또 다른 방식의 소비 행태 공간인 압구정과 연결을 시도하는 지점에 있다.

대지가 위치한 인근대로변의 풍경과 대지 형태를 만드는 이면도로의 풍경 또한 사뭇 대조적이다. 대지 형태 또한 도산대로와 이면으로 만나지만, 수직 교차하지 않는 이면도로의 교차점에 각각 폭 50m 10m의 일그러진 사다리꼴을 하고 있다. 그 덕에 대로 변에서 보이는 대지는 완전히 드러나지도 가려지지도 않는 형세를 취한다.

주거용으로 나누어진 필지에 상업용 공간과 기능을 넣어야 하는 건축 프로그램과 작고 좁고 불규칙한 대지 형상으로 집이 놓이는 위치와 크기가 이미 정해졌다. 도시밀도 과적을 제한하는 건폐율과 용적률 규정에서 최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과, 과밀주거지역에서의 일조권 확보를 위한 사선제한은 이미 공간의 형태를 제한하는 것이었다.

건축가는 기능성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형태를 단순화시키는 반면, 구조와 재료의 물성을 적절히 표현하여 구축성을 살려내는 것으로 형태를 디자인하였다. 대지 형상에 따라 집이 자리잡으면서 주출입 도로에서 보이는 전면외벽은 휘어지는 모양이 되었고, 구조재로 철골을 선택하여 공간이 좀더 여유를 갖도록 하고, 외벽은 샌드위치 패널과 아연도 골강판으로 마감하여 주변에 부담을 더하지 않도록 디자인되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압구정의 이면 도로와 그 공간에 무겁게 자리잡기보다는 주변상황을 그대로 투과시킬수 있도록 거대한유리 박스가 설정되었다. 이 유리 박스는 쇼 케이스가 되어 애초 목적으로 하였던 부틱의 역할과 내부공간에서의 공간 이용 행태가 하나의 퍼포먼스로 드러나는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유리 스킨을 통해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게 된다.

유리 스킨은 T10 접합유리로, 블루 컬러와 불투명한 유리가 상층으로 갈수록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해 주거에서 요구되는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있다. 투명함과 불투명함의 자연스런 그라데이션을 만드는 작업은 시공 현장에서 우연히 연출된 퍼포먼스였다고 건축가는 기억한다.

‘휘어지는 집은 비합리적인 도시계획으로 이그러진 이면도로가 만드는 대지조건에 소비와 욕망이 충돌하는 문화 코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다.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내기보다는, 객관적 조건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건축가가 제안할 수 있는 건축 영역에서, 건축이 표현할 수 있는 재료의 물성과 구조 특성에 더 많은 가능성을 찾고 건축의 조형성을 다양하게 실험하는 작가의 작업으로 사회와 관계 맺고자 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강권정예 jeongye@archious.com
0301 건축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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