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치 - 건축저널리스트 최연숙의 글모음 

2014. 8. 25. 출간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건우리에게는 우리의 건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좋은 건축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기자가 시간의 횟수를 더하다 보면 좋은 건축가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그들은 숨은 듯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존재해 있다어지럽고 바쁜 도시의 일상을 부유하듯 다다른 토요일 늦은 오후좋은 건축가 한 사람을 만난 기쁨을 같이 하고 싶다.”    최연숙사람의 가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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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http://goo.gl/8wQwHS 



도시와 건축의 경계를 허물고 건축을 통해 문화의 지평을 열려고 부단히 애썼던 저널리스트로 기억한다. 건축저널리즘의 거의 모든 지면이 해외의 유명 건축가 작품의 멋진 사진으로 도배될 때, 그녀는 우리의 도시 건축이 안고 있는 고민에 천착한 고민을 담아내려고 무진 애썼다. 그녀의 저널리즘에는 늘 사회에 대한 깊은 탐닉이 있었다.    -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 나는 그녀를 무엇으로 기억하는가 중에서


그중 그녀가 좀 더 열정을 보인 이슈는, 건축계의 공백이었다. (중략) 공적으로는 물론, 우리 건축사회에 진실로 소중한, 패기와 능력을 갖춘, 긍정적인 정신의 저널리스트의 상실이다. 그녀가 걱정했던 건축가 집단의 공백보다, 이 공백이 더 큰 것은, 그녀가 떠난 이후, 도무지 그 가능성의 기미마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니고서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그녀라는 특이성을 논외로 하고서도 그렇다는 말이다. 그만큼 그녀는, 특이성과 보편성 양자 모두에 메울 수 없는 구멍을 만들었다.    - 이종건, 경기대 교수, 그녀가 특별한 이유 중에서


나는 광화문 앞이 보행자의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광장이 차도로 나뉘어 있다고, 광장의 축이 비틀려 있다고 이야기들을 해도 나는 여전히 이 공간이 기쁘기만 할 따름이다. 다른 문제는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곳이 보행자의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역할을 하였고 광화문을 걷다라는 이벤트도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최연숙씨의 역할도 거기 묻혀 있다고 믿는다.    - 서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광화문을 걷다 중에서

 

 


 

전시제목 : 기획초대展 “김재경_시간의 더께”

전시일자 : 2013년 11월 2일(토)~2014년 1월 12일(일)

전시장소 : 지앤아트스페이스 본관 갤러리 전관 (백남준 아트센터 맞은편)

전시문의 : 지앤아트스페이스 전시팀/ 송철민 (010-3799-1075)/ 김가영 (010-9179-0277)

 

사진가 김재경의 눈으로 찾아내고 기록한 시간의 더께

 

동시대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축사진가로 활동 중인 김재경의 사진전 “시간의 더께”가 용인 지앤아트스페이스(관장 지종진)에서 11월 2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약 두 달간 열린다.

 

지앤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이 돋보이는 작가의 초기작으로부터 지앤아트스페이스의 큐레이터 송철민씨가 “리얼리즘과 추상의 융합”이라 표현하고 있는 근작들에 이르기까지 그가 건축가나 건축주로부터 의뢰받아 작업해오던 현대건축물들과 대척점에 위치하는 대상들을 “시간의 더께”라는 타이틀로 조명하게 된다.

 

그가 피사체로 삼고 있는 여러 대상들은 주로 오래된 건물이나 골목의 풍경으로 그의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이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비어있는 절간이나 고택의 마당과 도시의 텅 빈 골목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흔적, 사람의 손길과 마음과 생각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시간이 흘러간 후에 미처 휘발되지 못하고 남겨져 묵묵하고도 단단히 내려앉은 ‘더께’들은 무수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작가는 흔적들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site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그 장소에 겹겹이 쌓인 자연환경과 광범위한 인문적 환경들이 만들어내는 퇴적층에 대한 해석에 있어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수동기사로부터 시작된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프린트의 기술적 완성도 위에 여러 층으로 쌓여 있는 연속적 관계들에서 본질을 추출하고 이를 적절히 분할된 화면에 병치시키는 입체적 내러티브를 통해 김재경식 미장센Mise-en-Scène을 구축하고 있다.

 

시각예술, 특히나 추상회화나 조각은 소설처럼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지는 않지만 백 마디 말로 말하고자 했던 것을 집약한(추상화한) 이미지로 단숨에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추상예술은 타 장르의 예술보다 즉시적이고 강력하게 원초적인 본질에 다다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MuteⅡ의 사진들은 그러한 추상의 힘에 더하여 사진의 사실성과 객관성을 바탕한 리얼리즘의 힘이 화면의 저변에 깔리면서 그야말로 경탄할 만큼 묵직하고 강렬한 미장센을 만들어낸다. 그가 피사체로 택했던 보잘것없이 누추한 산동네의 골목풍경은 21세기 실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미학의 가치를 넘어 병치되는 추상성과 융합하면서, 추상과 리얼리즘이라는 극단에 위치하는 개념들이 한 화면에 그저 혼합 또는 조화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반응-융합하면서 사진역사상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표현을 낳게 된다.

 

그의 아름다운 미장센은 그런 방식으로 추상적 리얼리즘이라 수식할 만한 알레고리를 통해 미학적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를 내밀하게 드러내게 되며 그것들을 연출하는 기법에 있어서, 고졸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막사발과도 같이 무심하고도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시점의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함으로써, 흑백사진이라는 현실과 약간의 거리감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무언의muted 상황을 더욱 애잔하게 연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리얼리즘적 화면으로 사진의 정통성을 추구하면서도 이들의 본질을 추출한 추상과의 융합이 어떻게 이들을 극대화시키고 새롭고 강렬한 미장센을 탄생시키게 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로 구성하였으며 이번 전시에는 그가 그동안 발표해왔던 작품들 중 MuteⅡ 시리즈 중에서 충신동, 약수동, 동숭동 등의 골목을 파노라마 카메라로 촬영한 4점과 “자연과 건축”으로 발표되었던 3점 가량의 작품이 대형 프린트로 전시되는 등 총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기간 중 연계 프로그램으로 아마추어 사진가를 위한 사진클리닉 (11월 14일)과 작가와의 대담(11월 21일)이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 홈페이지 참조)

 

작가가 사진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80년대에 현상소의 수동기사로 일하면서 부터이다. 많은 작가들이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 유학을 다녀와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반해 작가는 현장에서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어렵게 구한 서적들의 이론을 현장에서 적용하면서 그야말로 탄탄한 기초를 다졌다. 여의도에 위치했던 유명 건축사무소를 단골손님으로, 의뢰된 작업을 진행하던 그는 건축사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당시에 익힌 존 시스템 Zone System은 이후 그의 작업에서 풍부한 계조를 만들어 보다 깊은 화면을 구성하는데 기여한다. 이후 건축잡지 “플러스”에서의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건축사진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며, 94년 첫 개인전 “건축사진”展 이후 다섯 번의 개인전과 여러 기획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첫 개인전이 기존의 건축에 관한 사진이라면 두 번째 개인전인 “자연과 건축”展 이후부터는 건축물 자체에서 확장된 시각으로 이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들과의 관계를 그려내는 것에 집중해 왔다.

 

1998년 “한국건축드림팀 11인”에 사진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Ⅱ: 봉인된 시간”, “건축도시기행(공저)” 등이 있고 저서로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축사진에 대한 철학을 현장노트 형식으로 풀어낸 “셧클락 건축을 품다”(효형출판)를 출간하였으며 2003년 한미문화예술재단에서 주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재경전 전시 안내.hwp

 


 



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폐하, 폐하의 손짓 한 번에 따라 하나밖에 없는 마지막 도시의 성벽들이 흠 하나 없이 높이 세워지는 동안, 저는 그 새 도시에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사라졌을 다른 가능한 도시, 다시 세워지거나 기억될 가망이 없는 그 도시의 재를 긁어 모을 겁니다. 그 어떤 보석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불행의 잔재들을 인식하실 수 있을 때에만 폐하께서는 마지막 다이아몬드가 가져야 하는 정확한 캐럿을 계산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폐하의 계산에는 처음부터 실수가 없을 겁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에서, 수정과 같은 재료와 완벽한 설계로 이루어졌으나 늪 속의 시체처럼 썩어가는 제국의 운명을 늘상 걱정하는 쿠빌라이 칸에게 마르코 폴로가 건내는 말이다. 진정한 도시의 면모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도시를 훨씬 값어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총감독 승효상)의 한 섹션은 10개의 폴리가 만든다. 광주폴리라 불리는 이들은 옛 읍성의 유허를 따라 세워지고, 폴리를 잇는 둘레길은 사라진 읍성의 영역을 드러낸다. 어떤 것은 원래 읍성의 문이 있던 자리에서 문의 기능을 한다. 혹은 읍성이 돌아가는 모퉁이에서 읍성의 경계점을 표시해준다. 어떤 것은 쉼터가 되어 현재의 사람들로 하여금 기능을 불러 넣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은 도시의 자그마한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무엇인지를 묻고,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면,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에서처럼 광주폴리는 도시가 무엇이고 건축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도가도비상도(都可都非常都)). 그래서 이러한 물음은 현대 도시를 만들어 온 수많은 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온 것들에 대한 비판적 선언과도 같아 보인다. 관련 자료 제공_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사진 김종오)

사라진 읍성과 10개의 폴리

옛 광주읍성의 둘레길은 2.2km에 이르는데, 읍성의 모퉁이와 성문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10개의 폴리(큐레이터 김영준, 라몬 프랫)가 세워졌다. 광주읍성은 고려 후기에 지어져 구한말까지 존치되어, 읍성 내에는 전통적인 마을 구조가 남아 있었다. 1908년부터 1916년경까지 누문을 마지막으로 읍성과 성문이 모두 헐리고, 그 자리에 도로가 건설되었다. 그러면서 성 밖으로 도시 공간이 확대, 결국 도시 영역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라진 광주읍성의 영역은 현재 공사 중인 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 자리) 영역과도 교차하는데, 요시하루 츠카모토의 ‘잠만경과 정자(10번)’에서 프란시스코 산인의 ‘사랑방(9번)’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다. 들어서는 아시아문화전당 내에서는 이 같은 읍성 길의 흔적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리고 광주폴리의 공간적 특성은 파빌리온에 가깝다. 거기에 가로 시설물로서 공공 기능이 더해져 있고 그 자체로 장식적인 역할을 아우른다. 그러면서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아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불어 넣은 라빌레뜨 공원의 폴리와는 또 다른 접근을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서로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니, 형태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폴리마다 통일성을 갖기 보다는 그 자체가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광주폴리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들은 바로 공간과 장소,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시민들의 행위들로, 이 요소들이 어떠한 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격을 갖는다.

공간과 장소,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행위들

첫번째로 읍성의 영역을 말해주는 모퉁이에 위치하면서 장소적 특성에 반응하는 폴리들이다. 그 중 하나는 옛 광주읍성의 기점이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소통의 오두막(1번 장동 사거리, 후안 헤레로스)’으로, 낮에는 기존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조형물로서, 밤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비추어주는 가로등과 같은 조명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교통섬과도 같던 장동사거리 자투리 공간의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유곡선형의 조형물은 세 개의 기둥과 케이블에 매달려 지지되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슬래브가 일정한 바닥 패턴을 만들면서 공간을 점유한다. 반면 폴리 ‘열린 공간(8번 구 시청 사거리, 도미니크 페로)’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자세를 취한다. 역시 읍성의 다른 모퉁이 지점에 위치하지만, 상업지구로 유동 인구가 많아 이 곳의 폴리는 개방된 박스 구조의 형태를 취한다. 한국 고건축물의 나무 기둥, 누각과 처마에서 형태를 차용하였다. 황금색 메탈 패브릭 처마가 접혔다 펼쳐졌다 하는 것이 마치 포장마차와도 비슷해서 상업지구의 사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생기를 대신한다.

그리고 나데르 테라니의 ‘광주 사람들(3번 대한생명 사거리, 나데르 테라니)’은 강철봉 구름처럼 공중에 떠 있는 수평 구조물로, 좁은 도로와 다양한 스케일의 건물군들 사이에서 가로수의 이미지로 흡수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구조 원리 또한 나뭇가지에서 비롯된 텐서그리티(장력 조합) 구조로 최가철물점에서 제작하여 현장 시공한 것이다.

반면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의 ‘유동성 조절(4번 금남로 공원)’은 기존 도시 조직과 좀더 강력한 연계를 이룬다. 금남로 공원은 5.18 민중항쟁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곳인데, 폴리 ‘유동성 조절’은 두 가지 구조물을 설치한다. ‘지렁이(Worm)’이라 불리는 구조물은 지하상가의 캐노피로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방치되었던 시설물들을 덮고 시선이 공원으로 향하도록 한다. 그리고 공원을 향한 계단식 구조물 ‘하하(Haha)’가 공원과 지하 상가를 이어준다. 폴리 ‘기억의 현재화(7번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 조성룡)’는 '지워진 기억'의 관문으로 서있다. 이곳은 광주읍성의 서문 자리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광주 시민들에게는 콜박스 사거리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거리에, 폴리 ‘기억의 현재화’는 지나간 역사와 현재의 새로운 기억들을 형성한다. 원래 계획은 하늘로 치솟은 기둥 조형물이었다. 법적으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장소이지만, 실제로 차량 유입이 빈번하여 통과 차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둥 조형물을 없애고 콘크리트 마운드가 낮게 자리하게 되었다. 마운드 위에는 옛 광주읍성과 현재의 광주 구도심의 가로가 표현되어, 방향 감각을 잃은 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잠망경과 정자(10번 대성학원 앞, 요시하루 츠카모토)’는 새로 건립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읍성의 터까지를 조망하는 25m 높이의 잠만경이 설치가 됐다. 읍성의 성벽이 헐리고 나서 점차 그 자리를 고층 건물들이 대신함에 따라 우리의 시야가 점점 더 좁아지는 상황을 말해준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도로 변 파고라를 덮고 있던 당쟁이 넝쿨이 타워를 휘감아 올라 푸르게 변모하는 잠망 타워를 기대하게 된다. ‘99칸(5번 충장로 파출소, 피터 아이젠만)’은 도로에 면해 있는 상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곳에 구조물이 공간을 재구성하며, 공모전 당선작인 ‘열린 장벽(6번 광주세무서 사거리, 정세훈-김세진)’은 옛 읍성 벽의 일부였던 벽돌을 나타내는 오브제들을 들어올려 과거의 벽을 여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점, 선, 쐐기, 손가락, 네트워크 (폴리의 패턴)

광주는 줄곧 읍성이 있던 구도심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성장해오다가, 광주의 남동쪽에 있는 무등산으로 인해 반대편 북서 방향으로 팽창해 왔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외곽으로 주거 지구와 상업 지구를 개발하고 많은 공공기관들이 상무지구나 첨단지구 등으로 이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통해 들어서게 된 10개의 광주 폴리는 2014년에 완공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어떠한 상호 작용을 하게 될 지가 주목된다. 향후 매년 10개의 폴리가 새롭게 도심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후 폐선로(푸른길)를 따라 선적인 구성을 취하며, 구도심에서 광주 전체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는 무등산 영역 쪽으로 폴리가 확장, 구성될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로 전남방직과 광주역, 그리고 비엔날레 홀을 거점으로 하는 구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고 양동시장, 상무지구, 공항 등 도시 거점들을 잇는 폴리가 구도심과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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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승효상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

디자인의 본질과 배후

-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전시장에서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폴리와 같은 건축 프로젝트를 포함할 만큼 주제가 특별해 보인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인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는 2500년 전에 중국 노자의 도덕경 그 첫 구절에서 따왔다. 원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길이라고 불리는 길은 길이 아니다’, 라는 뜻인데, 길을 그림이라는 글자로 바꾸어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요즘의 디자인 생태계가 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고, 달라진 환경에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로서 대량 생산을 전세계에 유포하고자 만든 전략이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인해, 아무나 디자인 할 수 있게 되었고 특별한 장소가 필요 없게 되었다. 이 시대에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다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주제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이름과 장소인데, 디자인과 이름의 관계(유명, 무명), 디자인과 장소(광주폴리, 커뮤니티)의 관계를 묻는다. 장소성이 있는 디자인을 설명하기에는 건축이 가장 좋은 예다. 그리고 제한된 기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물인 ‘폴리’라는 프로젝트 타입을 생각해낸 것이다. 폴리를 설치하게 된 옛 광주읍성을 생각한 것도 다시금 그 장소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건축가들이 장소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하였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또 다른 측면은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라 했는데,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도가도비상도는 디자인은 물론, 본질적인 것에 대해 되묻는 것이니 건축이나 도시, 삶이나 어디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고, 달라진 디자인 생태계에 디자인과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건축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라고 했을 때, 도시의 모습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건축가에게 있다. 도시를 만드는 그 일선에 있었던 사람들이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건축의 직능이 유기되는 것에 윤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자칫 건축을 윤리적이라고 한다거나, 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 했을 때 그런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건축계가 너무 파행으로 일관해 가고 있다. 국가와 제도가 이를 보장하면서 파행을 이루고 있으니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젊은 건축가들이 너무 쉽게 윤리 의식을 져버리는 것이다. 먹고 산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타협해 버린다. 한 번 포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포기하게 되고, 대단한 참회가 있기 전에는 되돌아오기도 어렵다. 디자인 문제가 형태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는 시스템까지도 포괄한다.  

디자인의 자극과 환기 

- 광주폴리가 주는 장소적 메시지는 어떠한 것인가.

광주읍성에 대해서는 광주 시민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폴리를 통해 옛 광주읍성 둘레길이 현재적으로 복원이 되고, 그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었다. 읍성 자체를 기억하는 것으로만 굉장히 중요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읍성의 안과 밖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 판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원도심과 새로운 도심이 구분되고, 어떻게 도시 재생을 해야 하는가가 드러난다. 그것이 도시 공공 영역에 관한 것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고, 도시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켜서, 새로운 도시에 조그만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기능을 주변의 맥락에 맞게 부여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데,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가

폴리는 작은 시설이지만, 자극을 통해 주변을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컨대 후안 헤레로스가 설계 한 장동 교차로의  ‘소통의 오두막’은 아무도 가지 않아, 교통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바닥을 새로 깔고, 그 위로 설치된 구름 같은 작은 조형물은 소리와 빛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뒷편의 부동산 소개소에서는 업종을 바꾸어봐야겠다고도 하는데 그곳의 공간 영역에 맞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시와 개개인의 삶이 좀더 윤택해지지 않겠는가. 바로 스스로 삶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자극이 윤택함을 불러오고, 그 이후는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전체 건축가, 도시계획가, 관에서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들이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몇 가지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 인프라를 심어 주변에 자극을 주어서, 인근 주민이 영향을 받아 스스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처럼 전체를 다 도려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원주민의 정착율도 낮을 뿐더러, 새로운 사회 문제를 계속 유발시킨다. 좀더 나아가자면 이러한 변화를 유도시키는 것이 도시의 재개발 방식이고, 공공시설물들이 가져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물론 일반 건축물의 목적 역시도 공공성 확보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마스터플랜이 아닌 마이너플랜

-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공공 미술, 공공 건축이나 시설이 결과적으로 많은 폐해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사실 공공 디자인은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공공이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공공을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뜻이 분명치 않다. 말이 분명치 않으니 행위가 확실치 않다. 영어식 표현으로 쓰는 퍼블릭 디자인은, 위키피디어에서는 ‘Created by yourself’라고 설명한다. 퍼블릭이 디자인이 하는 것이 퍼블릭 디자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공공 시설의 디자인이었지, 공공 디자인은 아닌 것이다. 예쁜 가로등과 벤치로 도시가 디자인 되겠는가. 공공시설의 디자인으로는 도시를 디자인할 수가 없고 공공 디자인이라는 말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도시의 본질, 도시 디자인의 본질은 공공 영역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있다. 도시를 디자인 하고 싶다면 공공 영역 디자인이 바른, 본질적인 말이다. 공공 영역 디자인을 해야 확실한 목표가 선다. 공공 영역이란 것이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도시민들이 모여, 서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고, 도로나 광장 그리고 도시의 빈틈들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한다. 규칙이나 법규가 필요하고 디자인이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지금의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광주에서의 실험을 일반화 할 수 있는 가치들이 있을까 

광주폴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방식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옛날엔 전체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한 개인이 중요하다. 개인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와 맞먹는 게 지금의 시대다. 마이너가 메이저와 같은 가치를 맞먹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도시를 대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을 할 때 뭉뚱그려서 평균치 인간이 아닌, 1부터 100분위까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우니 전제를 두고 2가 되는 것 하나씩만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영향을 주어 3이 되고 4가 된다. 다른 시설물이 세워질 것이다. 이런 식이 도시계획이 되고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 전 시대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마이너 플랜이 필요하다. 도시마다의 역사나 지리, 여러 가지 고유한 특성을 하나하나 보살피고 거기에 맞는 건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뭉뚱그려서 말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광주폴리를 확대하면 그런 의미일 것이다.


wide 0910 vol.23

 

1 장동 사거리, 소통의 오두막, 후안 헤레로스
2 제봉로 김제규 경찰학원 앞, 서원문 제등, 플로리안 베이겔
3 대한생명 사거리, 광주 사람들, 나데르 테라니
4 금남공원 앞 인도, 유동성 조절,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5 충장로 파출소 앞, 99칸, 피터 아이젠만
6 황금로 입구, 열린 장벽, 정세훈+김세진
7 황금로 콜박스 사거리, 기억의 현재화, 조성룡
8 옛 광주시청 사거리, 열린 공간, 도미니크 페로
9 광산길 보도, 사랑방, 프란시스코 산인
10 대성학원 앞 파고라, 잠만경과 정자, 요시하루 츠카모토

11 동명동 농장 다리, 승효상
12 서석교회 앞 인도, 비토 아콘치
13 조선대학교 앞 사거리, 아이웨이웨이
14 계림동 광장, 미정
15 상수동 파고라, 미정
16 남광 철도, 미정
17 대남로, 미정
18 주월동 빅마트 플라자, 미정
19 광복길 입구, 미정
 

 

 

 



wIde Issue 1『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를 통한 평양의 도시 건축 읽기
ⓦ 평양에서 서울을 보다
ⓦ 인터뷰/임동우 인티그럴 어바즘과 건축의 방법
wIde Issue 2 김정동 교수의 코스트 신부와 명동성당
wIde Issue 3 '캠프 하야리아의 미래는' 그 치열한 고민의 흔적
ⓦ 제8회 도코모모코리아 디자인 공모전 결과 심사 총평
ⓦ 대상_부산시 부산진구 하야리아동/고건수, 김석현, 안채원
ⓦ 최우수상_Hialeah STATION/정상환, 곽병준
ⓦ 특별상_오래된 풍경을 담은 기억의 정원/강준성, 김용수
wIde Issue 4 어린이대공원 교양관<구 서울컨트리클럽하우스>, 꿈마루로 거듭나다
ⓦ 溫故知新+溫新知古(온고지신 +온신지고) : 조성룡의 꿈마루/김미상
ⓦ 건축가 나상진/이행철

wiDe Depth Report
ⓦ <COMPASS 19/이종건> 정기용 건축의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적 소고
ⓦ <종횡무진 22/이용재> 보성 이용욱 가옥
ⓦ <근대 건축 탐사 22/손장원> 한국 화교의 근대기 종교 건축 기행
ⓦ 사진 더하기 건축 02/나은중+유소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Visible and Invisible)
ⓦ <와이드 書欌 20/안철흥> 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박용구, 전혁림, 장민호 편 
ⓦ <미래의 지래 짐작 02/조택연>미래의 공간 환경
ⓦ <Wide Focus 15/이희환> 대전 근대 아카이브즈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
ⓦ <Wide Eye 01/최효진> 당신이 생각하는 건축적 상상의 끝은 무엇입니까?
ⓦ <Wide Eye 02/김정은> 성북동의 마술과 예술 그리고 <건축가 민현식의 공부법>

Wide Work 주대관+(사)문화도시연구소 집짓기 /인제 합강 주택+서화 주택
ⓦ 인터뷰/주대관
ⓦ 작품/인제 합강 주택
ⓦ 작품/인제 서화 주택

New POwer ARchitect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05/나은중+유소래/The Architecture of Fragility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06/고기웅/건축사사무소 53427+고기웅사무소



ⓦ 와이드 레터/정귀원
ⓦ 정기구독 신청 방법
ⓦ 와이드 칼럼/노블리스 오블리주/임근배
ⓦ 전진삼의 FOOTPRINT 01

ⓦ표2 /Wondoshi Exhibition ⓦ 표3 / MS Autotech ⓦ 표4 / UOS ⓦ 1 / /Wondoshi  Academy Seminar ⓦ 2 / SIMWON ⓦ 3 / SIMWON ⓦ 4 / ONE O ONE ⓦ 5 / Samhyub ⓦ 6 / Seegan ⓦ 7 / Dongyang PC ⓦ 8 /SOOMOK ⓦ 9 Woojung ⓦ 10 / VINE ⓦ 11 / VITA Group ⓦ 12 / UnSangDong ⓦ 13 / 2105 Group ⓦ 14 / Spacetime ⓦ 15 / UrbanEx ⓦ 16 / 제2회 와이드 AR 비평상 ⓦ 17 /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 18 /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 워크숍 ⓦ 19 / AMI Winter Workshop ⓦ 20 / Suryusanbang ⓦ 21 / 목차 ⓦ 22 / 구독 신청서 ⓦ 23 / 판권 및 와이드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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