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폐하, 폐하의 손짓 한 번에 따라 하나밖에 없는 마지막 도시의 성벽들이 흠 하나 없이 높이 세워지는 동안, 저는 그 새 도시에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사라졌을 다른 가능한 도시, 다시 세워지거나 기억될 가망이 없는 그 도시의 재를 긁어 모을 겁니다. 그 어떤 보석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불행의 잔재들을 인식하실 수 있을 때에만 폐하께서는 마지막 다이아몬드가 가져야 하는 정확한 캐럿을 계산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폐하의 계산에는 처음부터 실수가 없을 겁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에서, 수정과 같은 재료와 완벽한 설계로 이루어졌으나 늪 속의 시체처럼 썩어가는 제국의 운명을 늘상 걱정하는 쿠빌라이 칸에게 마르코 폴로가 건내는 말이다. 진정한 도시의 면모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도시를 훨씬 값어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총감독 승효상)의 한 섹션은 10개의 폴리가 만든다. 광주폴리라 불리는 이들은 옛 읍성의 유허를 따라 세워지고, 폴리를 잇는 둘레길은 사라진 읍성의 영역을 드러낸다. 어떤 것은 원래 읍성의 문이 있던 자리에서 문의 기능을 한다. 혹은 읍성이 돌아가는 모퉁이에서 읍성의 경계점을 표시해준다. 어떤 것은 쉼터가 되어 현재의 사람들로 하여금 기능을 불러 넣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은 도시의 자그마한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무엇인지를 묻고,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면,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에서처럼 광주폴리는 도시가 무엇이고 건축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도가도비상도(都可都非常都)). 그래서 이러한 물음은 현대 도시를 만들어 온 수많은 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온 것들에 대한 비판적 선언과도 같아 보인다. 관련 자료 제공_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사진 김종오)

사라진 읍성과 10개의 폴리

옛 광주읍성의 둘레길은 2.2km에 이르는데, 읍성의 모퉁이와 성문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10개의 폴리(큐레이터 김영준, 라몬 프랫)가 세워졌다. 광주읍성은 고려 후기에 지어져 구한말까지 존치되어, 읍성 내에는 전통적인 마을 구조가 남아 있었다. 1908년부터 1916년경까지 누문을 마지막으로 읍성과 성문이 모두 헐리고, 그 자리에 도로가 건설되었다. 그러면서 성 밖으로 도시 공간이 확대, 결국 도시 영역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라진 광주읍성의 영역은 현재 공사 중인 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 자리) 영역과도 교차하는데, 요시하루 츠카모토의 ‘잠만경과 정자(10번)’에서 프란시스코 산인의 ‘사랑방(9번)’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다. 들어서는 아시아문화전당 내에서는 이 같은 읍성 길의 흔적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리고 광주폴리의 공간적 특성은 파빌리온에 가깝다. 거기에 가로 시설물로서 공공 기능이 더해져 있고 그 자체로 장식적인 역할을 아우른다. 그러면서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아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불어 넣은 라빌레뜨 공원의 폴리와는 또 다른 접근을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서로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니, 형태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폴리마다 통일성을 갖기 보다는 그 자체가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광주폴리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들은 바로 공간과 장소,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시민들의 행위들로, 이 요소들이 어떠한 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격을 갖는다.

공간과 장소,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행위들

첫번째로 읍성의 영역을 말해주는 모퉁이에 위치하면서 장소적 특성에 반응하는 폴리들이다. 그 중 하나는 옛 광주읍성의 기점이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소통의 오두막(1번 장동 사거리, 후안 헤레로스)’으로, 낮에는 기존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조형물로서, 밤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비추어주는 가로등과 같은 조명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교통섬과도 같던 장동사거리 자투리 공간의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유곡선형의 조형물은 세 개의 기둥과 케이블에 매달려 지지되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슬래브가 일정한 바닥 패턴을 만들면서 공간을 점유한다. 반면 폴리 ‘열린 공간(8번 구 시청 사거리, 도미니크 페로)’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자세를 취한다. 역시 읍성의 다른 모퉁이 지점에 위치하지만, 상업지구로 유동 인구가 많아 이 곳의 폴리는 개방된 박스 구조의 형태를 취한다. 한국 고건축물의 나무 기둥, 누각과 처마에서 형태를 차용하였다. 황금색 메탈 패브릭 처마가 접혔다 펼쳐졌다 하는 것이 마치 포장마차와도 비슷해서 상업지구의 사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생기를 대신한다.

그리고 나데르 테라니의 ‘광주 사람들(3번 대한생명 사거리, 나데르 테라니)’은 강철봉 구름처럼 공중에 떠 있는 수평 구조물로, 좁은 도로와 다양한 스케일의 건물군들 사이에서 가로수의 이미지로 흡수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구조 원리 또한 나뭇가지에서 비롯된 텐서그리티(장력 조합) 구조로 최가철물점에서 제작하여 현장 시공한 것이다.

반면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의 ‘유동성 조절(4번 금남로 공원)’은 기존 도시 조직과 좀더 강력한 연계를 이룬다. 금남로 공원은 5.18 민중항쟁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곳인데, 폴리 ‘유동성 조절’은 두 가지 구조물을 설치한다. ‘지렁이(Worm)’이라 불리는 구조물은 지하상가의 캐노피로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방치되었던 시설물들을 덮고 시선이 공원으로 향하도록 한다. 그리고 공원을 향한 계단식 구조물 ‘하하(Haha)’가 공원과 지하 상가를 이어준다. 폴리 ‘기억의 현재화(7번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 조성룡)’는 '지워진 기억'의 관문으로 서있다. 이곳은 광주읍성의 서문 자리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광주 시민들에게는 콜박스 사거리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거리에, 폴리 ‘기억의 현재화’는 지나간 역사와 현재의 새로운 기억들을 형성한다. 원래 계획은 하늘로 치솟은 기둥 조형물이었다. 법적으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장소이지만, 실제로 차량 유입이 빈번하여 통과 차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둥 조형물을 없애고 콘크리트 마운드가 낮게 자리하게 되었다. 마운드 위에는 옛 광주읍성과 현재의 광주 구도심의 가로가 표현되어, 방향 감각을 잃은 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잠망경과 정자(10번 대성학원 앞, 요시하루 츠카모토)’는 새로 건립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읍성의 터까지를 조망하는 25m 높이의 잠만경이 설치가 됐다. 읍성의 성벽이 헐리고 나서 점차 그 자리를 고층 건물들이 대신함에 따라 우리의 시야가 점점 더 좁아지는 상황을 말해준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도로 변 파고라를 덮고 있던 당쟁이 넝쿨이 타워를 휘감아 올라 푸르게 변모하는 잠망 타워를 기대하게 된다. ‘99칸(5번 충장로 파출소, 피터 아이젠만)’은 도로에 면해 있는 상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곳에 구조물이 공간을 재구성하며, 공모전 당선작인 ‘열린 장벽(6번 광주세무서 사거리, 정세훈-김세진)’은 옛 읍성 벽의 일부였던 벽돌을 나타내는 오브제들을 들어올려 과거의 벽을 여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점, 선, 쐐기, 손가락, 네트워크 (폴리의 패턴)

광주는 줄곧 읍성이 있던 구도심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성장해오다가, 광주의 남동쪽에 있는 무등산으로 인해 반대편 북서 방향으로 팽창해 왔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외곽으로 주거 지구와 상업 지구를 개발하고 많은 공공기관들이 상무지구나 첨단지구 등으로 이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통해 들어서게 된 10개의 광주 폴리는 2014년에 완공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어떠한 상호 작용을 하게 될 지가 주목된다. 향후 매년 10개의 폴리가 새롭게 도심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후 폐선로(푸른길)를 따라 선적인 구성을 취하며, 구도심에서 광주 전체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는 무등산 영역 쪽으로 폴리가 확장, 구성될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로 전남방직과 광주역, 그리고 비엔날레 홀을 거점으로 하는 구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고 양동시장, 상무지구, 공항 등 도시 거점들을 잇는 폴리가 구도심과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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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승효상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

디자인의 본질과 배후

-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전시장에서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폴리와 같은 건축 프로젝트를 포함할 만큼 주제가 특별해 보인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인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는 2500년 전에 중국 노자의 도덕경 그 첫 구절에서 따왔다. 원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길이라고 불리는 길은 길이 아니다’, 라는 뜻인데, 길을 그림이라는 글자로 바꾸어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요즘의 디자인 생태계가 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고, 달라진 환경에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로서 대량 생산을 전세계에 유포하고자 만든 전략이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인해, 아무나 디자인 할 수 있게 되었고 특별한 장소가 필요 없게 되었다. 이 시대에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다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주제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이름과 장소인데, 디자인과 이름의 관계(유명, 무명), 디자인과 장소(광주폴리, 커뮤니티)의 관계를 묻는다. 장소성이 있는 디자인을 설명하기에는 건축이 가장 좋은 예다. 그리고 제한된 기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물인 ‘폴리’라는 프로젝트 타입을 생각해낸 것이다. 폴리를 설치하게 된 옛 광주읍성을 생각한 것도 다시금 그 장소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건축가들이 장소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하였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또 다른 측면은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라 했는데,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도가도비상도는 디자인은 물론, 본질적인 것에 대해 되묻는 것이니 건축이나 도시, 삶이나 어디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고, 달라진 디자인 생태계에 디자인과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건축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라고 했을 때, 도시의 모습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건축가에게 있다. 도시를 만드는 그 일선에 있었던 사람들이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건축의 직능이 유기되는 것에 윤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자칫 건축을 윤리적이라고 한다거나, 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 했을 때 그런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건축계가 너무 파행으로 일관해 가고 있다. 국가와 제도가 이를 보장하면서 파행을 이루고 있으니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젊은 건축가들이 너무 쉽게 윤리 의식을 져버리는 것이다. 먹고 산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타협해 버린다. 한 번 포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포기하게 되고, 대단한 참회가 있기 전에는 되돌아오기도 어렵다. 디자인 문제가 형태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는 시스템까지도 포괄한다.  

디자인의 자극과 환기 

- 광주폴리가 주는 장소적 메시지는 어떠한 것인가.

광주읍성에 대해서는 광주 시민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폴리를 통해 옛 광주읍성 둘레길이 현재적으로 복원이 되고, 그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었다. 읍성 자체를 기억하는 것으로만 굉장히 중요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읍성의 안과 밖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 판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원도심과 새로운 도심이 구분되고, 어떻게 도시 재생을 해야 하는가가 드러난다. 그것이 도시 공공 영역에 관한 것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고, 도시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켜서, 새로운 도시에 조그만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기능을 주변의 맥락에 맞게 부여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데,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가

폴리는 작은 시설이지만, 자극을 통해 주변을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컨대 후안 헤레로스가 설계 한 장동 교차로의  ‘소통의 오두막’은 아무도 가지 않아, 교통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바닥을 새로 깔고, 그 위로 설치된 구름 같은 작은 조형물은 소리와 빛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뒷편의 부동산 소개소에서는 업종을 바꾸어봐야겠다고도 하는데 그곳의 공간 영역에 맞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시와 개개인의 삶이 좀더 윤택해지지 않겠는가. 바로 스스로 삶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자극이 윤택함을 불러오고, 그 이후는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전체 건축가, 도시계획가, 관에서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들이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몇 가지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 인프라를 심어 주변에 자극을 주어서, 인근 주민이 영향을 받아 스스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처럼 전체를 다 도려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원주민의 정착율도 낮을 뿐더러, 새로운 사회 문제를 계속 유발시킨다. 좀더 나아가자면 이러한 변화를 유도시키는 것이 도시의 재개발 방식이고, 공공시설물들이 가져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물론 일반 건축물의 목적 역시도 공공성 확보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마스터플랜이 아닌 마이너플랜

-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공공 미술, 공공 건축이나 시설이 결과적으로 많은 폐해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사실 공공 디자인은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공공이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공공을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뜻이 분명치 않다. 말이 분명치 않으니 행위가 확실치 않다. 영어식 표현으로 쓰는 퍼블릭 디자인은, 위키피디어에서는 ‘Created by yourself’라고 설명한다. 퍼블릭이 디자인이 하는 것이 퍼블릭 디자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공공 시설의 디자인이었지, 공공 디자인은 아닌 것이다. 예쁜 가로등과 벤치로 도시가 디자인 되겠는가. 공공시설의 디자인으로는 도시를 디자인할 수가 없고 공공 디자인이라는 말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도시의 본질, 도시 디자인의 본질은 공공 영역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있다. 도시를 디자인 하고 싶다면 공공 영역 디자인이 바른, 본질적인 말이다. 공공 영역 디자인을 해야 확실한 목표가 선다. 공공 영역이란 것이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도시민들이 모여, 서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고, 도로나 광장 그리고 도시의 빈틈들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한다. 규칙이나 법규가 필요하고 디자인이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지금의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광주에서의 실험을 일반화 할 수 있는 가치들이 있을까 

광주폴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방식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옛날엔 전체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한 개인이 중요하다. 개인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와 맞먹는 게 지금의 시대다. 마이너가 메이저와 같은 가치를 맞먹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도시를 대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을 할 때 뭉뚱그려서 평균치 인간이 아닌, 1부터 100분위까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우니 전제를 두고 2가 되는 것 하나씩만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영향을 주어 3이 되고 4가 된다. 다른 시설물이 세워질 것이다. 이런 식이 도시계획이 되고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 전 시대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마이너 플랜이 필요하다. 도시마다의 역사나 지리, 여러 가지 고유한 특성을 하나하나 보살피고 거기에 맞는 건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뭉뚱그려서 말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광주폴리를 확대하면 그런 의미일 것이다.


wide 0910 vol.23

 

1 장동 사거리, 소통의 오두막, 후안 헤레로스
2 제봉로 김제규 경찰학원 앞, 서원문 제등, 플로리안 베이겔
3 대한생명 사거리, 광주 사람들, 나데르 테라니
4 금남공원 앞 인도, 유동성 조절,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5 충장로 파출소 앞, 99칸, 피터 아이젠만
6 황금로 입구, 열린 장벽, 정세훈+김세진
7 황금로 콜박스 사거리, 기억의 현재화, 조성룡
8 옛 광주시청 사거리, 열린 공간, 도미니크 페로
9 광산길 보도, 사랑방, 프란시스코 산인
10 대성학원 앞 파고라, 잠만경과 정자, 요시하루 츠카모토

11 동명동 농장 다리, 승효상
12 서석교회 앞 인도, 비토 아콘치
13 조선대학교 앞 사거리, 아이웨이웨이
14 계림동 광장, 미정
15 상수동 파고라, 미정
16 남광 철도, 미정
17 대남로, 미정
18 주월동 빅마트 플라자, 미정
19 광복길 입구, 미정
 

 

  

 

 

와이드 이슈2_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합벽형 단독주택 유형)

 

 

최근 주택 시장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통계치가 등장해 이목을 끈다. 국내 주택건설업체의 절반 이상이 주택 수요 변화를 감지하고 있으며, 주택 등으로 선호 주택의 변화(57.1%), 재산 증식 수단으로서 주택 매매 풍조가 퇴조(24.3%)할 것이라 했다. 반면 대다수 업체들이 주택 수요 변화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하고(94.1%)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건설업체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건설업계 대응 실태' 조사, 대한상공회의소, 2011, 4, 26)

이와 같은 주택 수요 변화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분위기와 동반해 건설업체들의 위기 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위기의식이나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경기 순환과 흐름에 있다, 인식하기 보다는 시장의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에 두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투자 여력 부족 32.0%, ①소형주택 건설 및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 26.5%, ②분양 위주의 공공주택 공급 20.6%, ③주택건설 관련 정부규제 12.9%, 기타 수요자들의 집값 하락 걱정 8%)

지금껏 1가구 1주택의 모토를 내세우며 앞만 보고 달려온 주거 시장이었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했던 주거 정책과 생산 시스템을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주거 시장의 모토가 더 이상 유효한 것이 아니란 것과 시장을 뒷받침하던 정책과 시스템이 이제는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르 코르뷔지에가 ‘인구 삼백만 명을 위한 도시’와 ‘빛나는 도시’에서 제시하였던 공동주택의 모델은 당시 사회상의 반영이며, 그가 그렸던 사회 구조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피폐해져 가는 주거 환경과 처절하게 몰락해가는 도시의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었다. 그 내용이 고층 주거에 대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도시민들한테 쾌적한 녹지, 풍부한 햇빛을 제공하겠다는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발언이 아니었을까 한다. 

국내에서 짧은 시간 내 대표적인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아 온 아파트는 주거의 편리성을 가져다 주면서 다양한 건축적 문제들 또한 양산해 온 것이 사실이다. 주거 유형은 표준화와 획일화, 과도한 프라이버시와 단지 중심의 폐쇄적 커뮤니티, 그리고 대형화로 인한 시장의 모순까지 잠재돼 있다. 오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주거의 모습에 대해 건축가의 발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주거 단지로 변모해가는 아파트에서, 청계천 상가들이 가든 파이브로 변신하는 것과 같은 것을 보게 된다. 2천여 개 상가를 건축할 기회를, 단 4개 동으로 몇몇 건축가들에게 몰아주는 것 말이다. 

우리는 종종 황색 신호를 보고도 정지선 앞에 멈출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빠져 나가지 못하면 교차로에 갇혀 난처해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정지선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런데 지금 그 황색 신호가 국내 주거 시장에 켜져 있다. 우리는 교차로를 어떻게 통과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이 여기 있다. 

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는 소규모 고급 주거와 대규모 아파트로 양분화돼 있는 주택 시장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그리고 주거 현실에서 도출된 상대적 개념들에서 공동 주거의 건축이 시작된다. 140세대의 공동주거 단지에서 한동안 잊고 있던 중요한 건축적 가치와 가치 실현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주거를 생산하는 방식과 시스템, 그리고 건축적인 방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주거 건축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인터뷰 김영준
한국 사회 주거 유형의 다양성을 위한 제언

 

1. 주거 생산 방식과 주거 인식 

- 주거에 대한 문제 제기 혹은 프로젝트의 배경이 되었던 상황이 있는가. 

= 도시는 산업을 위한 터전의 속성이 있고, 도시의 발전 과정에서 조직이나 구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거 문제가 물론 그 핵심에 있다. 서울의 경우, 1960년대 이후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기반해서 산업화와 자본화에 맞추어 대량 공급 시스템에 기반한 공동주택의 형식이 도입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민간에게 주거 공급을 맡기면서 주거 인프라의 책임과 그에 따르는 이윤을 보장하는 구조였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가 정비되면서 40년이 흘러왔다. 그것이 법규와 시스템으로 고정되면서 다른 방식의 접근이 어려운 폐쇄적인 상황이 되었다.

그간 주거는 잘 팔렸다. 대량 공급의 요구에서 표준화가 득세했다. 모델하우스로 대표되는 표준화된 주거의 모습은 대부분 인테리어의 관점이 강조되었다. 같은 면적에는 같은 가격이 매겨지고 공급의 편의를 위해 편차를 줄이게 된다. 인테리어 평면이 진화될수록 공동주택 본연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도시의 섬이 확대되면서, 개인의 삶, 내부 공간의 윤택함만 강조되었다. 기술과 자본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주거 단지의 크기는 계속 확대되었고 그에 걸맞도록 공동 주거는 대기업이 장악하는 상품이 되어버렸다.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출생률이 1980년 이후 절반 수준이 됐다. 주택 보급률도 이미 세대수를 웃돌고 있다. 그러면서 드디어 우리 모두를 가두었던 다단계 판매와 비슷한 주거 공급의 체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기가 되고 있다. 팽창의 시기에 준비되었던 시스템이 바뀔 시기가 되었다. 대단위 개발에 익숙해 왔던 주거의 공급 방식이 변해야 하고, 우리가 여태까지 익숙했던 여러 관습에서 탈피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평 프로젝트의 배경이었다.

- 성장 일변도로 달려왔던 사회에서의 딜레마일 수 있을 텐데, 그 동안 주거 건축이 건축의 제반 문제들을 야기하기도 한 것 같다.

= 지금 소위 시장에서 우리가 주거를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살기 좋은 집이 아니라 나중에 잘 팔리는 집이다. 특성이 있는 집보다는 누구나 다 좋아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집이 기준이 되었다. 대량 공급의 편의와 매매 가치의 편의가 어우러져 특성이 제거된 표준적인 가치가 주거 건축을 제어하게 된 것이다. 특화된 주거는 상품으로서 부적합하다. 그리고 시장에서 교환 가치로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시도들이 배제되면서 장식의 경쟁으로 안주해 온 셈이다.

물론, 그간 편리성이나 마감수준 등 우리의 주거 건축이 이룬 성과는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외국의 상황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 요약하면, 계속 성장하는 사회에서 활용하던 제도가 이제 안정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더 이상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현실이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 기존의 공급 방식에서 비롯되는 주거의 모습들에서, 주거의 가치나 대안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가 있는가.

= 기존 아파트 문화의 긍정적인 면은 주거의 표준을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시장에 맡겨 놓은 주거의 형식이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져 있다 보니, 대부분의 성과가 단위 주거, 인테리어 중심이다. 이는 내부의 편리성이나 마감만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성과가 내가 안에서 밖을 보는 관점에 맞추어 있다는 얘기이다. 주거라는 문화는 공동성 혹은 도시성 등 밖에서 나를 보여줘야 하는 관점도 같이 있는 것인데, 후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외부를 대하는 자세가 원경의 전망에서 그친다는 점이다. 외부 공간의 문제는 개념적으로 자연이나 공동체에 대한 대응 방식인데, 한발 떨어진 관망의 자세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많은 주거 건축 유형의 변화는 결국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결합 방식에 있다. 수요자 중심, 인테리어 중심의 사고가 가지는 한계가 여기에 있다.

과도한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있다. 모여 산다는 조건에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이 과도하게 강조되어있다는 점이다. 결국 그간 우리의 아파트는 원경 + 프라이버시 + 인테리어의 집합체이다. 이를 벗어나는 좀더 다른 주거 형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뮤니티와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양립시키느냐 에서 수 많은 주거 유형이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  

2. 주거를 생산하는 제도(법규)와 시스템 

- 앞서 얘기처럼, 대규모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당근의 수단으로서 제도들이 있었다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공동 주거의 법 체계는 19세대를 넘어가면 건축법이 아니라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19세대부터는 공동주택의 공급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19세대 미만의 고급 주택이 아니면, 대단위 공동주택으로 양분되어, 이 사이가 현실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를 대략 100세대 정도로 보면 이 정도 규모의 마을 단위를 감안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시장에 맡기다 보면 세대 규모가 작아지면 법규의 제약, 수요에 대한 제약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고급 주거로 간다. 제도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쪽으로 변화가 돼야 한다.

100세대 정도를 건축법으로 다룰 수 있게 하면, 공동주택의 여러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이 제안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규모 주택에서 기본적으로 제어해야 하는 강한 규제들이 있었는데, 소규모 세대에서는 좀더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평 프로젝트는 현행의 제도 안에서 그 중 몇 개 주요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3. 주거를 생산하는 건축의 방법론 

-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건축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각도의 접근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 

= 요즘 화두로 얘기되는 것이 ‘단지에서 도시로’ 이다. 단지 계획이라는 고정적으로 바라 보는 제도적 성격에서 벗어나, 시장에 맡겼던 주거 형식을 도시적 공공적 차원에서 다시 바라보기쯤 될까?

이전의 아파트를 평가해 보자면, (예로 압구정에 있는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를 비교해 보면) 가로에 대응하는 많은 시도들도 있었다. 그나마 70, 80년대까지는 길거리에 상가를 놓아 가로 활성화를 꾀한 사례도 많다. 그 이후 단지의 완성이 강조되면서 도시의 길을 다 죽여버렸다. 단지 계획을 도시적 관점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가 거기에 있다. 또 하나 다양한 주거 형식들이 어우러지는 방식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공동주택=표준화’ 라는 등식을 조금 다양하게 열어야 한다. 다양함 속에서 표준화를 하는 길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형식이란 것을 단순화해서 보면, 평면을 개발하고 집적하여 동을 만들고, 동과 동 사이는 프라이버시로 커버하는 단지이다. 다라서 대부분의 아파트는 자기 집과 외부 환경의 연결고리가 단순하다. 즉 건축적으로 얘기하면 오피스 타입이라고 하는 병렬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외부 환경에서 로비로 들어가 503호 자기 집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305호와는 만날 일이 없다.

도시라는 구조는 자기 집이 35번지에 있다면 24번지부터 30번지를 거치면서 다양한 과정이 있는 직렬의 집합이다. 그런 과정의 변수에 여러 실마리가 있다. 지금까지 잊혀져 왔고 무시되었던 것을 강조하면 새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진다. 결국 ‘커뮤니티와 프라이버시’,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이런 식의 상대적인 개념에서, 아파트의 형식이 밟아 왔던 개념들의 반대 개념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 그렇다면 가평 프로젝트에서는 어떠한 해법을 찾았는가. 

= 가평 프로젝트는 경사가 있는 지형이라, 위로 올라가면 밖이 보이고 경치가 좋아지지만, 아래쪽으로는 전혀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대지 끝으로 가면 산과 붙어 있게 되고, 가운데는 집들이 붙어 있는 식이 된다. 세세한 대응의 조건이 다 다르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니 그런 것이다.

그런 대지의 조건을 대응하는 방식에 착안하여, 각 주거 유형을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을 변수로 중정, 테라스의 성격으로 특화시켰다. 강에 대해 교대로 가는 배치를 접근한 다음, 대지의 아래쪽과 위쪽의 주거 유형을 달리 하였다. 아래쪽은 집에서 뷰가 없는 대신에 내부 중심적인 중정을 하나 더 두고, 높이 위치한 집은 뷰를 중심으로, 중간의 집은 뒷집의 뷰를 가리니 사이사이 뚫어 놓은 형식을 제안하였다. 또 어떤 집은 내부의 층고를 높게 해서 중간적 자세를 취하도록 하였고, 밖을 볼 수 있는 테라스를 중심으로 한 형식, 그리고 계곡으로 파고 들어가는 위치에서는 양쪽으로 뷰를 열어주는 형식을 제안하였다. 여러 가지 형식이 대지 조건에서 유추된 셈이다.

모든 주택의 형식은 2개 층 합벽형 단독주택의 유형으로, 공동주택의 범주로 분류되지만, 앞뒤의 마당을 배타적으로 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 단지계획 방식과는 다른 아이디가 필요로 해서 현상설계 통해 아이디어를 받지만, 실행 과정에서 큰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 결국 변화를 위한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인가.

= 실행을 하다 보면 기존 법규의 제약을 받는 것들이 있다. 현행 공동주택의 법규가 단지 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효율적인 공급체계에 맞추어 있어서, 기존의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아파트 체계로 바뀔 수밖에 없다. 최근에 신도시에서 단독 주택을 염두에 둔, 저층형 주거의 가능성들을 펼칠 수 있는 땅을 많이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나 건설회사에서 이것을 시도를 하는 순간, 100채쯤 되는 주택들이 아파트의 축소판으로 바뀌게 된다. 모델하우스의 필요성에 뷰나 프라이버시의 정형화된 요구 사항이 반영되다 보니, 무늬만 단독 주택인 아파트가 다시 등장한다.

이 순환을 조금 더 바꿀 수 있는 가능성들이 연구되어야 할 것 같다. 기존과는 다른 주거의 가치들은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이라 본다. 다른 형식의 주거에 대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수요들을 창출해내고 거기에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어느 날 주거 형식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고, 조금씩 다양한 주거 형식들이 등장하면서 다른 삶의 패턴들이 가능하게 되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엇인가 변화되지 않을까. 그리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 결국 시장을 떠나서 다른 유형의 주거 상품을 만들어야 할 텐데, 하나의 사례가 필요할 것인가. 

= 결국 가서는 적정한 가격으로(현재로선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가격쯤?) 새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가평 프로젝트는 기존의 아파트 형식에 비해 땅의 지분이 훨씬 넓고, 외벽도 넓고, 실현하는데 시간이나 비용이 아파트 보다 많이 드는 구조이다. 그 외벽이 넓어지는 것에서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앞서 얘기처럼 인테리어와 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 공간을 바라보는 대상에서 탈피하여 내가 쓸 수 있고 살아가는 곳으로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투여되었던 비용을 재 검토하여, 간접 비용을 줄이고, 마감 비용을 줄이고, 공공의 영역을 보완한다면, 좀 더 건강한 주거 형식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전세계에서 다 하는 일인데 우리만 못할 수 없지 않은가?




김영준은 경기도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의 총괄 기획자로 마스터플랜과 설계 지침을 마련하였으며, 현재 김영준도시건축(yo2)의 대표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튜터, 마드리드 대학 초빙 교수 역임하였며, 파주출판도시 1,2단계 건축 코디네이터로 출판도시의 건축지침과 공동주거를 진행하였다. 대표작으로 허유재 병원, 자하재, 학현사,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1등)가 있다. 그리고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wIde Issue 1 제 3회 심원건축학술상  


wIde Issue 2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합벽형 단독주택 유형)

ⓦ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 기본구상과 건축 개념

ⓦ 중정형 주거(YD), 중정형 주거(KD), 테라스형(UD), 로프트형(MD), 테라스형(ND), 커뮤니티 센터

ⓦ 한국 사회 주거 유형의 다양성을 위한 제언 | 김영준


wIde Issue 3 서울을 읽는 도시 건축의 세 가지 켜 


wIde Issue 4 한옥 공모전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2, 에필로그

ⓦ <수상자들을 만나다> & 내 작업을 소개합니다


widE Eye
김수근, 모더니티의 숲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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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SS 18 | 이종건> 정기용 건축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적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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