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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하야리아’에 다시 정착할 것인가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10. 1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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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0

대한민국 원주민 ‘하야리아’에 다시 정착할 것인가

한반도 내 미군기지 101, 총 면적 73,404,486m2 (미 국방부 자료),
서울,
경기 지역에만 65%가 배치되어 있다. 이 가운데 반환되거나 통폐합 이전되는
미군기지는
62, 현재 23곳이 1라운드 협상으로 먼저 마무리되었으며,
서울의 용산 기지를 비롯한 나머지가 2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있다. - 녹색연합 발간 자료 요약 발췌


지난
10캠프 하야리아(Kamp Hiaeah)’에서는 하야리아의 과거, 현재, 미래전이 한 달간 열렸다. ‘하야리아 공원 포럼을 비롯해 지역의 학교와 단체가 준비한 이 전시는, 방대한 사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하야리아이전의 모습들을 그려내었다. 하야리아의 의미를 진단하는 도시 건축 전문가들과 예술가들의 해석은, 향후 하야리아를 비롯한 도시의 변화와 가능성에 대한 밑그림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전시와 함께 캠프 내 주요 시설물의 안팎에서 그림 그리기, 연 날리기, 생활용품 물물교환 등 다양한 시민 행사가 있었고 캠프 하야리아투어가 병행되었다.

이번 전시를 비롯한 행사는 시민 사회의 관심과 주목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 캠프 하야리아가 있는부산의 도시 건축 전문가 사회의 관심을 제외한다면 더욱 그리 보인다. 이유라면 전시의 대상이자 장소가 되는하야리아는 지역의 노른자라고 하는 부산 범전동, 연지동 일대 543,360(16만여 평)에 이르는 땅으로, 2006년까지만 해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가, 2002 3월 한미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 협정에 의거, 하야리아 부대의 폐쇄가 결정(2006 8)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60년 넘도록 금단의 땅이었던 곳을, 사실상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하나의 전시가 그 서막을 열었다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관심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01
캠프 하야리아의 항공 사진 (전체 자료 제공: 도시건축재생연구소 建展地, 사진: 윤준환)

타임라인 하야리아

개방된캠프 하야리아의 모습은 과거 미군들이 사용하던 건물과 공간이 그대로 남아, 5,60년씩 된 수목들과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근대화 시기 압축 성장 발전한 도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재건축 재개발의 소용돌이에서도 온전히 살아남은 채(?)로 말이다. ‘캠프 하야리아내에는 주거를 비롯한 교회, 학교, 극장 등이 있는 작은 커뮤니티이며, 미군 사령부, 소방서, 우편 집중국, 출입 관리소가 있는, 그 자체가 하나의 도시이고 미니 국가와도 같다. ‘아름다운 초원이라는 하야리아의 뜻처럼 이곳에서 주둔하던 미군들은 고향의 초원을 생각하며 그들의 마을을 이루지 않았을까 할 정도다.

미군기지 이전의 하야리아는 조선 경마 연맹 소유의 경마장이었다. 지금도 하야리아인근에는 경마장 길으로 불리는 길이 있다. 1894년 서구식 경마가 싹트기 시작해서, 1920년대 부산진, 연산동 지역에서 경마 대회가 개최되었는데, 지금의 하야리아 위치에 부산경마구락부가 상설 경마장을 1931년에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근대식 스포츠인 경마를 즐기게 되었다. 당시 사용하던 마권 발매소와 경마장 트랙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곧 이어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던 일제 말기(1941~1945)에는 전쟁 포로 감시원이던 군속(B, C급 전범)의 임시 훈련소로 사용되었다. 당시 조선인 군속은 당시 3천여 명에 달했지만,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시점에도 국적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일본인으로서 형벌을 받아야 했다. ‘하야리아는 역사 속에서 숨어 있었던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광복 이후 미국 영사관과 유엔 기구에서 시설을 사용하다, 한국전쟁 발발 이후에는 미 보충대가 미군 부대와 군수품을 배에 싣고 내리는 주요 터미널로 사용되기도 했다. 1953년 휴전 협정 체결 이후에는 한국 통신 부대의 주택으로 사용했으며, 이후 7년여 간 확장되면서 현재와 비슷한 규모가 되었다. 1950~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군 1만 여 명이 주둔했다는 기록이 있다.

한편 1990년대 초반 미군 공사 중에 다량의 토기(연대 미확인)가 발굴되었다는 증언이 있다. 또한 고대 패총과 고분군의 위치로 추정되고 있으며, 조선시대 이후로 추정되는 불상이 2002년에 나오기도 했다.

반환된 미군기지의 활용 방법

하야리아는 이미 수년 전 아시안 게임 선수촌과 도심 공원으로 개발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실무 협상 결렬로 무산된 적이 있다. 부산시는 2005년 기지 반환이 결정되면서 전체를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였고, 부산을 대표하는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2006년에 공모전을 이미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공모에서는 충적을 의미하는 Alluvim'의 개념을 제시한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안이 당선되었으며, 현재 도시계획시설 실시설계 인가를 마친 상태이다. 하지만 곧바로 당선안의 내용과 진행 방식에 대한 문제가 지역의 사회 단체와 시민단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되었다.

그 중 하나는 제임스 코너의 안이 하야리아의 역사성이나 장소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제임스 코너의 안은 기억의 숲길’ ‘문화의 숲길’ ‘참여의 숲길과 같은 다양한 길을 통해 주변과 관계 맺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새로 만들어지는 길들에서는 과거의 어떤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인구 삼백만 명이 넘는 대도시이기는 하지만, 도시 녹지나 근린 공원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녹지나 공원은 부산 시민의 오랜 로망이 돼 왔는데, 하야리아는 도시 근린 공원의 핵심인 녹지가 이미 상당히 구축되어 있다. 60여 년 동안 미군이 주둔하면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수목들이 있는, 타운 형태로 기지를 조성하였기 때문에, 수령이 오래 된 수목들이 상당하다. 특히 수령 50년 이상의 수목들은 다른 도시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어서, 그 자체로 많은 가능성이 있다. 건축물이나 공간들 또한 문화재로서 가치가 특별이 없다 하더라도 과거의 기억이나 사건들이 일어났던 장소로, 활용 가치가 높은 것들이다. 제임스 코너의 안에서는 기억이나 역사를 재생하려고 하지만, 이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판은 하야리아의 역사나 사회적인 맥락을 볼 때, 부산을 대표하는 장소로 공공의 장소로 개발되어야 함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작 공공의 장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시민은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의 시민 단체와 도시 건축 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하야리아 공원 포럼은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야리아를 시민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은 조급하게 모든 것을 결정하거나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잃어버린 100년의 시간을 천천히 되돌아보고, 역사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 21세기 부산을 대표하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 날 성장과 개발 논리가 우선하여 타인에게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 공원이 아니라, 부산 시민과 함께 우리의 삶을 담을 수 있도록 지역의 장소성과 역사성이 잘 스며들어 있는 공원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야리아의 가치와 의미를 부산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을 두고 시민들의 지혜를 받고 지역의 전문가들이 참여를 통해, 역사나 지역사회에서의 위치, 미래의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점 형태의 구조물을 짓는 것과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며, 현상 공모가 아니라, 시민 워크숍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반환된 미군 기지의 공간 활용 문제에 대해 녹색연합은 몇 가지 원칙들을 짚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외국 군대가 주둔했던 땅에 환경 문제는 다 있는 편입니다. 기지 반환과 함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제가 되고 있고, 하야리아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환경 문제 해결은 국내법에서도 규정돼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그리고 공공 공간으로 활용이 되는 것, 지역이나 특히 주민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고려되어야 하고요. 일본의 경우 1970년대 반환된 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연속 사업으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접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 역할의 재점검

현재 부산시는 제임스 코너의 안을 선회할 의사를 밝혔고, 시민 단체와 도시 건축 조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하여,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다. 현재 시의회에서도 하야리아시민 공원 소위원회가 꾸려져,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부산시가 군사 시설인 수영 비행장을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초고층 주거 단지를 짓는 것과는 분명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공공 개발에서는, 어떻게 해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라운드 테이블의 주요 내용이다. 진행에 따라 앞서 제임스 코너의 안과 절충안이 나오거나 백지화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김기수(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행정 당국을 라운드 테이블까지 데려 오면서, 지역 전문가들의 역할론을 강조를 한다. “지금 재건축 재개발이 다 실패하는 것은 건축 건설 일이 많을 때 쉽고 빠르게 했던 방법을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인데, 더 이상 과거의 건설 경기 붐은 없을 거에요. 지금 필요한 방법은 거꾸로 일을 하나하나, 천천히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온 거죠. 여전히 과거의 방법과 인식을 가지고 이 시대 이런 일을 하려고 하니, 크레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게 하야리아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봐요.

제가 처음 건축할 때는 대중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엔 대중의 생각을 읽어내서 선도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요즘은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뛰어 들어 프로그래밍하고 그 프로그램에 의해 건축이나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21세기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지속적인 개발의 방법을 쓸 때, 하나의 모델 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것은 거기게 맞는 것을 유효 적절하게,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도시, 문화,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서 달라야 하고, 여기는 부산이니까 여기의 문제를 여기에 푸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외부의 대규모 자본과 조직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석학이나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 방향이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길을 터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걸 실현시키고 책임지지는 못해요. 결국 지역의 건축가, 전문가들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살 공간, 자기가 살 도시를 책임감 있게 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야리아에는 현대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이 고질적으로 안고 있는 갈등과 문제점들이 잠재해 있으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하야리아의 반환 모델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이후 서울 용산이나 인천 부평과 같은 도시 지역에서 반환된 미군 기지의 공간 활용에서 롤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하야리아를 비롯한 반환되는 미군기지는 사회적 문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월드컵 경기장이나 고속철도역사보다도 그 수가 많고 면적이 넓으며, 건축에 담아야 한다는 인간의 삶과도 밀접해 보인다. 이 정도면 공통의 관심사에 정도가 못 미치는 도시 건축 전문가 집단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볼만 하지 않을까. 

 


02
캠프 하야리아의 시설 배치도. 1947년 항공사진에 남아 있는 시설을 별도로 표시했는데, 현재 시설들과 많이 겹치고 경마 트랙이나 길들이 캠프 내 그대로 남아 있다. 1950년 항공사진에는 트랙 오른쪽에 경마 트랙이 한 곳 더 보인다.




03, 04 옛 마권 발매소. 마권 발매소는 면적 1,285m2으로 원형 평면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좌우와 뒤쪽의 직사각형 건물은 추후 증축된 것으로 추정되며, 건물 내부 원형 홀 천장에는 해돋이를 형상화한 욱일 승천기와 미군이 새긴 성조기의(8군의 문양이기도 한) 별 문양이 천장 중앙에 박혀 있다. 미군 주둔 후에는 장교 클럽으로 사용되었다.




05, 06, 70
미하사관 숙소로 쓰였던 건물들은 일제 때는 일본군의 막사, 훈련소로 사용하던 것들로, 일본식 주거를 엿볼 수 있다. 계급에 따라 주거 면적과 설비 시설들이 차등 적용되었다.


08 극장


09 교회


10 유치원으로 사용되던 퀀셋 형태의 건축물. 퀀셋형 막사는 과거 경마장 시설에는 창고로 사용되었고, 미군이 주둔하면서 군 막사로 사용되었다. 건물의 외관은 유지하면서 내부의 형태만 변경하여 계속 사용하였다.


11 초소나 전봇대 등은 역사적인 가치나 보존 가치는 낮지만, 활용 가치가 높은 시설들이다.



12
하야리아 남서측 조감도, 제임스 코너



13 기본 구상 평면도, 제임스 코너


14 시설 배치 계획도, 제임스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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