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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 셋방살이, ‘빈집은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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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쇼크] ④ 현실이 된 가난한 청년들의 ‘공상’

국민 절반 셋방살이, ‘빈집은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빈집.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골칫거리다. 주택 공급과잉, 재산권을 둘러싼 공공과 개인의 갈등이 얽히고 설키며 초래한 문제다. 저성장・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사회학적 문제도 빈집 양산을 부추긴다. 지난해 전국 빈집은 126만호를 넘어섰다. 내집 마련의 꿈은 멀기만 한데 남아도는 집이 널린 사회. 이른바 '빈집 쇼크'가 한국사회를 병들게 한다. <머니S>가 빈집 현상을 진단하고 현장을 찾아 빈집 활용 방안 등을 알아봤다.<편집자주>


[빈집 쇼크] ④ 현실이 된 가난한 청년들의 ‘공상’


126만5000호.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의 빈집이다. 이는 전년(112만호) 대비 12.6% 증가한 수준으로 주택공급이 매년 계속되면서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한국인에게 ‘내집’은 꿈같은 이야기다. 누군가는 개발호재 등을 계산하며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지만 국민 절반가량이 전세 아니면 월세방에 몸을 눕힌다.


허주열 기자 



◆국민 절반, 전・월세 살이


아무리 노력해도 내집을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빈집’ 활용에 나선 청년이 있다. ‘아무도 관심 없는 낡은 빈집을 직접 고쳐 살면 어떨까’라는 공상이 청년들의 집 가지기 프로젝트 ‘빈집은행’을 만들어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최환 대표(34)를 <머니S>가 만났다.


“청년 창업으로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는데 내집은 없고 내집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점점 멀어졌어요. 200만원 남짓 벌어 50만원을 월세로 내며 도대체 왜 일을 하는 것일까, 사는 게 왜 이리 힘들까 고민하다 보니 화가 났어요. 그러다 저희 동네에 빈집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궁금했어요, 소중한 집을 왜 비워놓았을까. 집이 절실한 우리가 쓰

면 안 될까. 이런 고민에서 빈집은행이 시작됐어요.”


최 대표가 4년 전 빈집은행을 만든 계기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개인적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나 은행의 도움(?) 없이는 월세생활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방치된 빈집을 스스로 고쳐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고 실행에 나선 것이다.


최 대표는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를 찾아가 빈집들을 알아내고 집주인을 설득해 빈집을 리모델링 해주는 조건으로 무상임차했다. 이후 구축한 ‘빈집 리모델링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사업에 선정돼 함께 할 청년을 모집하고 돈을 마련했다.


얼마간의 마중 자금으로 인테리어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받았고 직접 집을 고쳐 빈집을 새로운 주거지로 만들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도 많았다. 빈집 활용에 대한 허락을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빈집을 방치해 이웃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부동산업자를 볼 때면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이 컸다.


“아이 3명과 함께 사는 한 아주머니집의 바로 앞집이 빈집으로 오래 방치돼 대변이 역류하고 쥐와 벌레가 들끓는다는 얘기를 듣고 대신 그 집을 관리하는 부동산업소를 찾았어요. 빈집을 방치해 이웃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니 화장실 시설을 수리하는 등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왜 그런 데 사세요, 이사를 가세요’라고 역으로 큰소리를 쳤어요. 결국 아직도 그 아주머니는 매일 빈집서 흘러나오는 오물을 치우고 있는데 참 안타까웠어요.”


최 대표는 빈집을 찾는 과정에서 인근에 사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빈집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자신과 같은 청년의 주거문제 해결이 당초 목표였지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익적인 활동까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청년주거지 확보 외에 코워킹 스페이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 빈집을 활용한 리모델링 교육 등의 활동도 하고 있어요. 빈집을 스스로 고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고 함께 빈집은행 활동을 하는 청년 중 건축 전문가가 있어 리모델링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관련된 직업교육도 시키는 거죠.”


최 대표의 활동이 소문나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기피하는 ‘반지하’ 문제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함께하는 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멤버들과 대책을 고민한 끝에 버섯을 재배하는 스마트도시농장을 하기로 결정, 최근 도심 속 빈집 버섯농장도 시작했다.


현재 인천 미추홀구 내 18채의 집에서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데 해당 사업은 인천시・노용노동부・LH가 함께하는 고용혁신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최 대표의 활동이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져 지자체와 공기업 등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이다.


빈집을 스스로 고쳐 내집으로 삼고 싶다는 작은 꿈이 점점 커졌지만 최 대표는 아직도 자신의 주거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4년간 여러 빈집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 정작 제 집 마련은 못했어요. 함께한 동료들 중 한사람에게 이익 등을 몰아줬으면 매입이 가능했을 텐데 그러면 다른 친구들은 여전히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죠. 그래서 지금은 공동으로 함께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어요.”


개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했으나 지금은 역할이 많이 바뀐 빈집은행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대안이 없어 이 일을 시작했죠. 살아남고 싶었는데 방법이 보이지 않았어요.영원히 돈의 노예로 살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어요. 아직 제 집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저와 같은 청년이 자립할 공간을 빈집에 마련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새 보금자리-일자리 창출 공간으로


빈집은행은 최 대표가 확보한 빈집의 리모델링에 참여하는 이에게 해당 집을 공급하는 일을 한다. 여기에 리모델링 과련 교육도 또 다른 핵심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까지 100여명이 리모델링 수업을 들었고 이들은 빈집은행의 활동에 참여하거나 빈집 수리 전문가로서 일자리를 얻어 새 삶을 살고 있다.


빈집은 사람의 손길이 끊겨 죽어버린 공간이다. 하지만 최 대표는 발상의 전환으로 유쾌

한 빈집의 반란을 꿈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그는 빈집은행이 공익적인 역할도 하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빈집활용에 나서주길 당부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사적인 재산으로 제도화돼 있어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매우 예민한 문제예요. 하지만 아무리 본인 재산이라 하더라도 이웃에게 피해를 줘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현행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특별법의 대상에서 공동주택은 제외했는데 이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어요. 또 정부가 보유한 빈집이 많은데 주택기금으로 매입해 주거용 외에는 활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폐쇄형 주택은 민간과 협력해 마을사람들이 공동도시농업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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