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T, 한국건축의 길을 찾다_시즌2 : 6 Conversing Events
1st S.A.A.I 건축/ Diverging
전시 : 2010.5.3-5.10
집담회 : 2010.5.6
패널 : 김원식, 문훈, 배형민, 이일훈
‘한국건축의 길을 찾다’, 첫 번째 주자인 사이 건축은 동네 건축가를 지향한다. 그들이 동네라고 부르는 곳은 인디 밴드와 비보이들, 화실이나 아기자기한 카페가 모여 있는 홍대 앞. 사이 건축에게 그 곳은 어떤 특별한 도시의 한 부분이기 보다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들이 특별할 것 없다 느낄 정도로 동네와 닮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건축가로서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작업 방식과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지하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다 놓은 사이 건축의 사무실이 그 태도와 방식을 압축해서 보여 주었다. 작업 중인 프로젝트의 모형을 데려다 놓고, 그들이 즐겨 하는 책과 음반들이 사진으로 전시 벽을 메웠다. 그대로 재현된 작업 공간은 프로젝트 분류와는 별 개연성 없이 각자의 자리가 배치되어 있는데, 효율성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팀 프로젝트와는 무관한 스텝이 자리 사이사이에 끼어 있고, 그래서 의사 소통에는 노이즈가 발행하는 구조다. 그러나 사이 건축 구성원들에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러한 노이즈 마저도 협업으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관점을 더 중요시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이 건축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2009년 한국건축가협회 베스트 세븐을 수상한 ‘SKMS 연구소’라 할 수 있지만, 되레 관심을 끄는 것은 전시장을 메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호정 공원 묘지’는 스텝 각자가 공원 묘지 안에 프로젝트를 하나씩 진행하고, 율동 주택이나 가평 주택을 진행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이들 프로젝트는 SKMS 연구소와는 달리, 이리저리 얽혀 있는 소통 구조나 사무소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외부 활동을 병행하며,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젝트에 무작위적으로 참여하는, 오픈 데스크 시스템에 의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이 건축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일관된 건축 언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던지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저희도 프로파간다를 던지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작업과 말과의 괴리가 많다는 것을 봅니다. 어쩌면 저희는 그 반대의 전략을 펼친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디테일이 좋고 잘 만들어진 건물을 꾸준히 많이 만들고, 상황에 대한 반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성은 많이 죽고, 보편적인 해를 찾아 중성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기성 건축가들에 대한 반성적 측면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이 건축의 작업이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장소성에 대한 이야기를 갖는 배경으로 이해되며, 이번 ‘Diverging’의 전시가 더욱 관련 깊은 메시지를 준다 생각되는 부분이다. 장소성을 추구하는 개별 프로젝트가 장소성 없는 지하의 한 전시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이 그러했고, 장소에 별 구애 받지 않는 의사 소통 방식이 한 공간 안에 압축되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그래서 전시 내용과 방식은 시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집담회를 통해 설명되는, 사이 건축의 작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즉물성, 프로젝트 자체가 갖고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는 특성은 그들이 존중하는 장소성과는 대치되는 부분이었다.
비록 엄숙주의로부터 벗어났지만, 스스로 엄숙함을 떨쳐버린 것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듯, 기성 세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그들의 태도와 방법은 기성 세대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에야 불안감은 사라지고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작업이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와 방법에서 훨씬 자유롭고 힘찬 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선배 건축가들의 제언은 ‘한국 건축의 길’을 찾고픈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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