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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씨 2013. 4.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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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 우연히 만난 어느 선배. 대학원 선후배라 그런지 서로 애틋함은 없지만, 서로 필요할 때 찾게 되는 관계, 반가웠다. 물론 오랫만이기도 했다. 한 5년만인가. 


커피 브레이크. 이런저런 얘기. 자기 일을 시작하면서 겪는 고충. 두려움. 그리고 둘러싼 환경에 대한 불만들... 이건 주로 내 얘기. 그리고 홍대 주변의 분위기. 최근에 커피를 파는 여러 가게들(커피숍 카페 원두가게 로스팅가게 이런 것들)이 늘어나는 것. 등등.. 이것도 주로 내 얘기. 그리고 시각이 드러나는 얘기(홍대 주변의 특정세대문화vs.세대초월문화), 두서없이 떠오르는대로 서로 내뱉다가... "근처 아는 사람이 하는 레스토랑엔 어른들 모시고 가면 좋겠어요. 격식이 필요할 때." "어른들이 그런 델 가나. 복집 같은 곳이 좋지." 나는 그곳의 분위기를 얘기하는데, 선배는 메뉴에 대해 얘길 하다니... 커피 브레이크의 브레이크. 대개 이런 식이다. 속으론 '나랑 코드가 안맞아, 코드가 안맞아!'하면서. 


그리고 하루가 흘렀다. 어른, 어르신, 노인을 대할 때는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강박이 늘 내게 있다.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것. 언제부터 왜 그런지도 모르는, 나름의 내 방식. 그런데 그게 격식일까 되묻는다면... 사회적 약자. 사회적 약자라 부르는, 규정하는 순간, 엄청난 편견과 차별을 생성한다는 것. 어른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하는 순간. 내가 놓치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의지, 노력 혹은 잘못으로 어른, 어르신, 노인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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