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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 보이지 않는 것들의 재현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11. 10. 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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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던지는 도시 건축의 메시지

“폐하, 폐하의 손짓 한 번에 따라 하나밖에 없는 마지막 도시의 성벽들이 흠 하나 없이 높이 세워지는 동안, 저는 그 새 도시에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사라졌을 다른 가능한 도시, 다시 세워지거나 기억될 가망이 없는 그 도시의 재를 긁어 모을 겁니다. 그 어떤 보석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불행의 잔재들을 인식하실 수 있을 때에만 폐하께서는 마지막 다이아몬드가 가져야 하는 정확한 캐럿을 계산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폐하의 계산에는 처음부터 실수가 없을 겁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에서, 수정과 같은 재료와 완벽한 설계로 이루어졌으나 늪 속의 시체처럼 썩어가는 제국의 운명을 늘상 걱정하는 쿠빌라이 칸에게 마르코 폴로가 건내는 말이다. 진정한 도시의 면모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가능성이 도시를 훨씬 값어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총감독 승효상)의 한 섹션은 10개의 폴리가 만든다. 광주폴리라 불리는 이들은 옛 읍성의 유허를 따라 세워지고, 폴리를 잇는 둘레길은 사라진 읍성의 영역을 드러낸다. 어떤 것은 원래 읍성의 문이 있던 자리에서 문의 기능을 한다. 혹은 읍성이 돌아가는 모퉁이에서 읍성의 경계점을 표시해준다. 어떤 것은 쉼터가 되어 현재의 사람들로 하여금 기능을 불러 넣도록 한다. 그리고 어떤 것은 도시의 자그마한 갤러리가 되기도 한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무엇인지를 묻고,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가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면,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의 대화에서처럼 광주폴리는 도시가 무엇이고 건축이 무엇인가를 되묻고 있다(도가도비상도(都可都非常都)). 그래서 이러한 물음은 현대 도시를 만들어 온 수많은 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온 것들에 대한 비판적 선언과도 같아 보인다. 관련 자료 제공_201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사진 김종오)

사라진 읍성과 10개의 폴리

옛 광주읍성의 둘레길은 2.2km에 이르는데, 읍성의 모퉁이와 성문으로 추정되는 위치에 10개의 폴리(큐레이터 김영준, 라몬 프랫)가 세워졌다. 광주읍성은 고려 후기에 지어져 구한말까지 존치되어, 읍성 내에는 전통적인 마을 구조가 남아 있었다. 1908년부터 1916년경까지 누문을 마지막으로 읍성과 성문이 모두 헐리고, 그 자리에 도로가 건설되었다. 그러면서 성 밖으로 도시 공간이 확대, 결국 도시 영역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라진 광주읍성의 영역은 현재 공사 중인 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 자리) 영역과도 교차하는데, 요시하루 츠카모토의 ‘잠만경과 정자(10번)’에서 프란시스코 산인의 ‘사랑방(9번)’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다. 들어서는 아시아문화전당 내에서는 이 같은 읍성 길의 흔적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리고 광주폴리의 공간적 특성은 파빌리온에 가깝다. 거기에 가로 시설물로서 공공 기능이 더해져 있고 그 자체로 장식적인 역할을 아우른다. 그러면서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아 건축가의 아이덴티티를 불어 넣은 라빌레뜨 공원의 폴리와는 또 다른 접근을 보인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서로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충분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니, 형태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폴리마다 통일성을 갖기 보다는 그 자체가 주변과 어울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광주폴리를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들은 바로 공간과 장소,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들과 시민들의 행위들로, 이 요소들이 어떠한 결합을 이루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성격을 갖는다.

공간과 장소,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행위들

첫번째로 읍성의 영역을 말해주는 모퉁이에 위치하면서 장소적 특성에 반응하는 폴리들이다. 그 중 하나는 옛 광주읍성의 기점이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소통의 오두막(1번 장동 사거리, 후안 헤레로스)’으로, 낮에는 기존의 나무들과 어우러진 조형물로서, 밤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을 비추어주는 가로등과 같은 조명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교통섬과도 같던 장동사거리 자투리 공간의 인지도를 높이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자유곡선형의 조형물은 세 개의 기둥과 케이블에 매달려 지지되고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슬래브가 일정한 바닥 패턴을 만들면서 공간을 점유한다. 반면 폴리 ‘열린 공간(8번 구 시청 사거리, 도미니크 페로)’은 이와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자세를 취한다. 역시 읍성의 다른 모퉁이 지점에 위치하지만, 상업지구로 유동 인구가 많아 이 곳의 폴리는 개방된 박스 구조의 형태를 취한다. 한국 고건축물의 나무 기둥, 누각과 처마에서 형태를 차용하였다. 황금색 메탈 패브릭 처마가 접혔다 펼쳐졌다 하는 것이 마치 포장마차와도 비슷해서 상업지구의 사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생기를 대신한다.

그리고 나데르 테라니의 ‘광주 사람들(3번 대한생명 사거리, 나데르 테라니)’은 강철봉 구름처럼 공중에 떠 있는 수평 구조물로, 좁은 도로와 다양한 스케일의 건물군들 사이에서 가로수의 이미지로 흡수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구조 원리 또한 나뭇가지에서 비롯된 텐서그리티(장력 조합) 구조로 최가철물점에서 제작하여 현장 시공한 것이다.

반면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의 ‘유동성 조절(4번 금남로 공원)’은 기존 도시 조직과 좀더 강력한 연계를 이룬다. 금남로 공원은 5.18 민중항쟁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곳인데, 폴리 ‘유동성 조절’은 두 가지 구조물을 설치한다. ‘지렁이(Worm)’이라 불리는 구조물은 지하상가의 캐노피로 보행을 방해할 정도로 방치되었던 시설물들을 덮고 시선이 공원으로 향하도록 한다. 그리고 공원을 향한 계단식 구조물 ‘하하(Haha)’가 공원과 지하 상가를 이어준다. 폴리 ‘기억의 현재화(7번 황금동 콜박스 사거리, 조성룡)’는 '지워진 기억'의 관문으로 서있다. 이곳은 광주읍성의 서문 자리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광주 시민들에게는 콜박스 사거리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거리에, 폴리 ‘기억의 현재화’는 지나간 역사와 현재의 새로운 기억들을 형성한다. 원래 계획은 하늘로 치솟은 기둥 조형물이었다. 법적으로는 차량 통행이 금지된 장소이지만, 실제로 차량 유입이 빈번하여 통과 차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둥 조형물을 없애고 콘크리트 마운드가 낮게 자리하게 되었다. 마운드 위에는 옛 광주읍성과 현재의 광주 구도심의 가로가 표현되어, 방향 감각을 잃은 이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잠망경과 정자(10번 대성학원 앞, 요시하루 츠카모토)’는 새로 건립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옛 읍성의 터까지를 조망하는 25m 높이의 잠만경이 설치가 됐다. 읍성의 성벽이 헐리고 나서 점차 그 자리를 고층 건물들이 대신함에 따라 우리의 시야가 점점 더 좁아지는 상황을 말해준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도로 변 파고라를 덮고 있던 당쟁이 넝쿨이 타워를 휘감아 올라 푸르게 변모하는 잠망 타워를 기대하게 된다. ‘99칸(5번 충장로 파출소, 피터 아이젠만)’은 도로에 면해 있는 상가,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곳에 구조물이 공간을 재구성하며, 공모전 당선작인 ‘열린 장벽(6번 광주세무서 사거리, 정세훈-김세진)’은 옛 읍성 벽의 일부였던 벽돌을 나타내는 오브제들을 들어올려 과거의 벽을 여는 제스츄어를 취한다.

점, 선, 쐐기, 손가락, 네트워크 (폴리의 패턴)

광주는 줄곧 읍성이 있던 구도심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성장해오다가, 광주의 남동쪽에 있는 무등산으로 인해 반대편 북서 방향으로 팽창해 왔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외곽으로 주거 지구와 상업 지구를 개발하고 많은 공공기관들이 상무지구나 첨단지구 등으로 이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는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통해 들어서게 된 10개의 광주 폴리는 2014년에 완공될 아시아문화전당과 어떠한 상호 작용을 하게 될 지가 주목된다. 향후 매년 10개의 폴리가 새롭게 도심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후 폐선로(푸른길)를 따라 선적인 구성을 취하며, 구도심에서 광주 전체의 남동쪽에 위치해 있는 무등산 영역 쪽으로 폴리가 확장, 구성될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로 전남방직과 광주역, 그리고 비엔날레 홀을 거점으로 하는 구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고 양동시장, 상무지구, 공항 등 도시 거점들을 잇는 폴리가 구도심과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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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승효상 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대표

디자인의 본질과 배후

- 올해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는 전시장에서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폴리와 같은 건축 프로젝트를 포함할 만큼 주제가 특별해 보인다.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의 주제인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는 2500년 전에 중국 노자의 도덕경 그 첫 구절에서 따왔다. 원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길이 길이라고 불리는 길은 길이 아니다’, 라는 뜻인데, 길을 그림이라는 글자로 바꾸어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다 디자인이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요즘의 디자인 생태계가 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져 있고, 달라진 환경에서 디자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산물로서 대량 생산을 전세계에 유포하고자 만든 전략이 디자인이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인해, 아무나 디자인 할 수 있게 되었고 특별한 장소가 필요 없게 되었다. 이 시대에 디자인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고, 다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주제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이름과 장소인데, 디자인과 이름의 관계(유명, 무명), 디자인과 장소(광주폴리, 커뮤니티)의 관계를 묻는다. 장소성이 있는 디자인을 설명하기에는 건축이 가장 좋은 예다. 그리고 제한된 기간 안에 완성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물인 ‘폴리’라는 프로젝트 타입을 생각해낸 것이다. 폴리를 설치하게 된 옛 광주읍성을 생각한 것도 다시금 그 장소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여러 건축가들이 장소 특성에 맞는 디자인을 하였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또 다른 측면은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라 했는데,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도가도비상도는 디자인은 물론, 본질적인 것에 대해 되묻는 것이니 건축이나 도시, 삶이나 어디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고, 달라진 디자인 생태계에 디자인과 디자인을 만드는 배후를 묻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의 환경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건축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라고 했을 때, 도시의 모습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건축가에게 있다. 도시를 만드는 그 일선에 있었던 사람들이 건축가였기 때문이다. 건축의 직능이 유기되는 것에 윤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자칫 건축을 윤리적이라고 한다거나, 나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가 했을 때 그런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와 건축계가 너무 파행으로 일관해 가고 있다. 국가와 제도가 이를 보장하면서 파행을 이루고 있으니 헤어날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젊은 건축가들이 너무 쉽게 윤리 의식을 져버리는 것이다. 먹고 산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타협해 버린다. 한 번 포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포기하게 되고, 대단한 참회가 있기 전에는 되돌아오기도 어렵다. 디자인 문제가 형태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는 시스템까지도 포괄한다.  

디자인의 자극과 환기 

- 광주폴리가 주는 장소적 메시지는 어떠한 것인가.

광주읍성에 대해서는 광주 시민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일차적으로는 폴리를 통해 옛 광주읍성 둘레길이 현재적으로 복원이 되고, 그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었다. 읍성 자체를 기억하는 것으로만 굉장히 중요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읍성의 안과 밖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것이 판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원도심과 새로운 도심이 구분되고, 어떻게 도시 재생을 해야 하는가가 드러난다. 그것이 도시 공공 영역에 관한 것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인식하게 되고, 도시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켜서, 새로운 도시에 조그만 활력을 불러 일으키는 기능을 주변의 맥락에 맞게 부여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목적을 성취하는 것이다.

-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되는데,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가

폴리는 작은 시설이지만, 자극을 통해 주변을 변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컨대 후안 헤레로스가 설계 한 장동 교차로의  ‘소통의 오두막’은 아무도 가지 않아, 교통섬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바닥을 새로 깔고, 그 위로 설치된 구름 같은 작은 조형물은 소리와 빛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뒷편의 부동산 소개소에서는 업종을 바꾸어봐야겠다고도 하는데 그곳의 공간 영역에 맞는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그것이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도시와 개개인의 삶이 좀더 윤택해지지 않겠는가. 바로 스스로 삶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대한 자극이 윤택함을 불러오고, 그 이후는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에 전체 건축가, 도시계획가, 관에서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들이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몇 가지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 인프라를 심어 주변에 자극을 주어서, 인근 주민이 영향을 받아 스스로 바꾸는 것이다. 과거처럼 전체를 다 도려내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원주민의 정착율도 낮을 뿐더러, 새로운 사회 문제를 계속 유발시킨다. 좀더 나아가자면 이러한 변화를 유도시키는 것이 도시의 재개발 방식이고, 공공시설물들이 가져야 하는 임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물론 일반 건축물의 목적 역시도 공공성 확보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마스터플랜이 아닌 마이너플랜

-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공공 미술, 공공 건축이나 시설이 결과적으로 많은 폐해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사실 공공 디자인은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 말이다. 공공이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공공을 디자인한다는 것인지, 뜻이 분명치 않다. 말이 분명치 않으니 행위가 확실치 않다. 영어식 표현으로 쓰는 퍼블릭 디자인은, 위키피디어에서는 ‘Created by yourself’라고 설명한다. 퍼블릭이 디자인이 하는 것이 퍼블릭 디자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공공 시설의 디자인이었지, 공공 디자인은 아닌 것이다. 예쁜 가로등과 벤치로 도시가 디자인 되겠는가. 공공시설의 디자인으로는 도시를 디자인할 수가 없고 공공 디자인이라는 말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도시의 본질, 도시 디자인의 본질은 공공 영역을 어떻게 조직하느냐에 있다. 도시를 디자인 하고 싶다면 공공 영역 디자인이 바른, 본질적인 말이다. 공공 영역 디자인을 해야 확실한 목표가 선다. 공공 영역이란 것이 익명성을 전제로 하는 도시민들이 모여, 서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고, 도로나 광장 그리고 도시의 빈틈들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할 것인가를 합의해야 한다. 규칙이나 법규가 필요하고 디자인이 그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지금의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광주에서의 실험을 일반화 할 수 있는 가치들이 있을까 

광주폴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방식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옛날엔 전체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한 개인이 중요하다. 개인의 가치가 전체의 가치와 맞먹는 게 지금의 시대다. 마이너가 메이저와 같은 가치를 맞먹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도시를 대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도시계획을 할 때 뭉뚱그려서 평균치 인간이 아닌, 1부터 100분위까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려우니 전제를 두고 2가 되는 것 하나씩만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영향을 주어 3이 되고 4가 된다. 다른 시설물이 세워질 것이다. 이런 식이 도시계획이 되고 재개발이 되어야 한다. 전 시대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마이너 플랜이 필요하다. 도시마다의 역사나 지리, 여러 가지 고유한 특성을 하나하나 보살피고 거기에 맞는 건축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뭉뚱그려서 말할 시대는 이미 지났다. 광주폴리를 확대하면 그런 의미일 것이다.


wide 0910 vol.23

 

1 장동 사거리, 소통의 오두막, 후안 헤레로스
2 제봉로 김제규 경찰학원 앞, 서원문 제등, 플로리안 베이겔
3 대한생명 사거리, 광주 사람들, 나데르 테라니
4 금남공원 앞 인도, 유동성 조절,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5 충장로 파출소 앞, 99칸, 피터 아이젠만
6 황금로 입구, 열린 장벽, 정세훈+김세진
7 황금로 콜박스 사거리, 기억의 현재화, 조성룡
8 옛 광주시청 사거리, 열린 공간, 도미니크 페로
9 광산길 보도, 사랑방, 프란시스코 산인
10 대성학원 앞 파고라, 잠만경과 정자, 요시하루 츠카모토

11 동명동 농장 다리, 승효상
12 서석교회 앞 인도, 비토 아콘치
13 조선대학교 앞 사거리, 아이웨이웨이
14 계림동 광장, 미정
15 상수동 파고라, 미정
16 남광 철도, 미정
17 대남로, 미정
18 주월동 빅마트 플라자, 미정
19 광복길 입구,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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