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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P2010, 현대 도시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웅변

자료실/도시건축

by 정예씨 2010. 10. 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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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08
APAP2010,
현대 도시의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웅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을이고,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맺어가는 이웃의 형성이다. 인간이라는 생물적 존재의 생존은 기본적으로 소통과 나눔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언어를사용하고 서로를 돌보는 마을을 가지고 협동함으로써 인류는 꽤 오랜 기간 지구상에서 잘 살아왔다.” (다시 마을이다. p.142)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의 얘기 속에서 몇 가지 위로와 함께 의구심을 느낀다. 인간의 지친 희망이 마을이라는 공간과 이웃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치유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위로를 받지만, 마을과 같이 자연발생적인 조절 원리를 거스를 수 밖에 없는 도시 건축의 원죄를 묵도하는 상황에서 건축이 커뮤니티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로서 기여는커녕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존재가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심화하는 이 상황에서 말이다. 모름지기 도시 계획과 건축이 포함되는 일련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가 우리 삶의 질에 기여한다는 데에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10(Anyang Public Art Project 2010)이 시작되던 즈음, 공교롭게도 지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들은 도마 위를 오르내렸다. 올해 민선5기 정부들은 출범과 함께 바닥 난 재정 상태를 간증하는 것에서 급기야 모라토리엄 선언까지, 그 과정에서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줄곧 제기되었고 APAP가 3회째 진행되는 안양시도 다를 바 없었던 것 같다.


 
무늬만 커뮤니티, 김월식, APAP2010


그간의
APAP에 대한 비판적 평가

 

물론 2005년 처음 시작된 APAP는 안양 유원지를 환경 정비하는 차원에서 출발하였지만, 70여 명의 작가가 90점 가까이 작품을 설치해 안양예술공원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2007년 APAP는 평촌 신도시의 곳곳에 작품 45점을 전시함으로써 예술을 일상 속으로 가져다 놓았다. 도심 공공 공간으로 이끌어낸 미술품들을 많은 이들이 장애 없이 향유하고 즐길수 있게 하여, 고급 예술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작품이란 점은 문제가 되는 것이기도 했다. 공공 공간 내에서 훼손된 작품은 망가졌어도 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고, 이들을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 하는 유지 관리는 골칫덩어리가 되기 시작했다. 마치 비어 있는 실들이 가득한 지방 정부의 호화 청사와 함께, 적절한 운영 프로그램 없이 건물만 덩그러니 존재하는 지역의 문화 시설들로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공공의 것은 모두의 것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처럼 공공이라는 대상과 프로젝트를 지속가능 하게 할 프로그램, 그리고 공공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숙제로 남기고 있다.



오픈 스쿨, 롯텍, APAP2010


도시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

 

그러면서도 다시 APAP2010에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비평가이자 공공 미술가로 유명한 수잔 레이시의 작업 때문이다. 그녀의 작업은 늘 사회적 이슈를 동반하고 있고, 타협이라는 방법을 통해 오브제 아닌 것으로 시각화되는데, APAP2010에서는 집과 가족이라는 구조에 국한되어 있는 일반적인 여성들의 지위를 ‘우리들의 방-안양 여성들의 수다’를 통해서 사진과 영상으로 대면하고 있다. 그와 유사한 CMP의 ‘불평 박물관’은 안양역 주변에서 시민들의 일상적인 불평에서부터 도시 개발, 정치적 문제까지 다양한 불평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안양이라는 도시에 남고 싶다거나, 혹은 떠나고 싶은 욕구들이 담긴 인터뷰는 도시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불평들이 무엇인지 서로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현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안양 지역 3천여 명의 학생들과 사진 작가들이 뉴타운 개발로 인해 잊혀질 만안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2010 만안의 이미지-기록과 기억’은 철거 직전의 낡은 건물과 새로 개발된 고층아파트를 함께 담는 등 개발 현장의 모습을 절묘하게 담고 있다. 역시 안양대학교 학생들과 작가 테디 크루즈는 재개발로 철거되는 안양의 5개 지역을 대상으로 모형을 만들고, 재개발 예정 지역을 조명하기 위해 석수시장을 찾는다(뉴 올드 만안 디자인 - 만안하세요?!). 이전의 조형물이나 미술품으로 완성되었던 APAP와는 사뭇 다른, 기록과 인지의 작업들이다. 이들은 왜 이미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자기 동네를 답사하고 기록하고, 그리고 사라질 삶과 일상의 터전에 대한 연민을 함께 기억에 담으려는 것인가.

관심을 끌었던 수잔 레이시의 작업과는 조금은 다른 각도로 진행되는, 김월식 작가의 ‘무늬만 커뮤니티’는 재활용품과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양 석수시장에서 폐지의 수거와 판매를 지원한다. 9개 팀의 작가로 구성된 오동팀은 도시 재개발이 진행되는 박달2동의 동네 주민으로 서 빈 집에 새롭게 구조물을 설치하고 공간을 바꿔 나간다. 지역을 기반으로 작가들이 거주하며 진행하는 두 프로젝트 역시 결과물 보다는 주민과 작가의 차이를 좁히고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전 APAP가 남긴 과제들에 대한 APAP2010의 답은 여기에 있었다.

 

오픈 파빌리온, 매스스터디스, APAP2010

도시의 소외 공간과 주변인

 

이러한 APAP2010의 방향에 대해 안양공공예술재단 예술팀장 정소익 씨의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 것 같다. “도시 공공성에 기반하는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커뮤니티와 맞닿게 됩니다. 그 대상이 되는 공공, 즉 공공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중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대중이라는 것은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을 갖게 하려다 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어쩌면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을 보게 되죠. 사실 나름대로 교육 수준이 있고 생활의 여유가 있는 중산층 젊은 주부들은 동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아요. 그런데 도시 재개발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소외되고 또 나중에 어려움을 많이 겪으실 분들은 정작 관심을 더 가지지 못해요. 결국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과 장소들, 그런 도시 요소들에 눈이 갈 수 밖에 없어요.
우선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시작하려고 해요. 인지되지 않던 사람들, 드러나지 않았던 사물들, 소외되었던 공간들의 존재감과 자긍심을 회생시키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냥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개체가 아닌, 자신만의 존재감을 인지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동등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죠. ‘문화예술 거버넌스’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인데, 궁극적으로 ‘사회적인 문화 자본’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자 목표입니다. 결국 사람이든, 공간이든 ‘사회적 문화 자본’을 갖춘 도시 구성 요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의 기반을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물론 APAP2010은 그 첫 단추를 꿰보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문화 예술 행위나 과정은 좋은 미디어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미국 작가 릭 로우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 ‘Small Business Big Change’나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진행되는 한국도시연구소의 프로젝트 ‘지역의 사업체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연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 예술과 도시 재생의 거버넌스를 건축의 스케일로 가져와, 운영 프로그램이나 적자 운영에서 허덕이는 경기장이나 시장, 공항과 같은 공공 프로젝트로 확장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대 도시에서 공공 예술 프로젝트

 

이러한 관심을 먼저 APAP2010의 안양 학운공원 일대새동네’로 가져와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개 무형의 APAP2010 작업들이 공간적 구심을 갖는 곳이새동네이기도 하고, ‘새동네’에 들어서 있는 세 구조물들이 용도나 영구성에서 차이가 있지만, 모두 공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8개의 컨테이너로 구성된 롯텍의오픈 스쿨 APAP2010의 사무실, 프로젝트 팀과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한 스튜디오지만, 적어도 구조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지역 내 협회나 단체, 동호회에 관계없이 안양시민들이 어떤 용도로든지 쓸 수 있는 공간이다. 납작한 구형 구조물인, 매스 스터디스의오픈 파빌리온은 원형 스틸 파이프를 매듭 고리로 만들어 엮은 벤치이자, 파빌리온의 중심을 바라보며 모여 앉을 수 있으니 미니 스타디움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라움 라보어의오픈 하우스무늬만 커뮤니티, 김월식 오픈 파빌리온, 매스스터디스는 2.4×2.4m 모듈의 기본 공간들이 집합체를 이루는데, 작가 릭 로우와 서종규의 기업센터, 김월식의 재활용 자재를 활용한 가구 제작 워크숍을 위한 목재 가게들이나, 수잔 레이시의안양 여성들의 수다가 이루어지는 우리들만의 방도 이곳이다. 인근 주민들이 겨울에도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여러 채의 비닐하우스를 포함 다양한 공간에서 집단 농업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APAP2010 ‘새동네 PM을 담당하고 있는 프리그램의 이재준은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새동네의 프로젝트들이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를 생각해 작가와 주민, 그리고 안양시가 여러 차례 심포지엄과 강연들을 선행된 것들이지만, 재정적인 문제나 시간상의 이유로 타협된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위 우리 동네라고 하는 기존의 도시 체계에 무엇인가가 들어오려 할 때, 기존의 사람들을 무시한 채 들어온다면 그것은 이물질이 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그러자면 당연히 들어오기 전에 물어보고 동의를 구해야겠죠. 문제는 셋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경우, 혹은 둘만 같고 하나가 다를 경우, 셋의 관계는 틈이 만들어지는 거죠. 엄밀하게 얘기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무엇인가가 새롭게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모두가 동의를 한 상태라야 서로한테 도움이 시작될 수 있는 거죠. 국내 대부분의 공공 문화 예술 프로젝트들이 그러질 못해요. 그래서 불거지는 이질적 문화적이식을 생각지 않을 수 없어요. 결국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가 되지 못하고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사용하지 못하면, 이해 관계가 없는 프로젝트들은 방치되기 마련이죠. 지역의 재정이지만 결국은 각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으로 감당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공간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일 경우 더 심각할 수 있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커뮤니티는 주변과 연계성이 없고 거주나 정주의 개념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의 변화에 대해서는 나 자신과는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죠. 특히 정주하지 않고 이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역의 변화에 무심할 수 있는 거에요. 반면 아파트로 형성된 신도심 구조 체계에는 무엇인가 새롭게 들어가기가 어려워요. 땅도 없을뿐더러 아파트 입주자회 같이 이미 강력하게 형성된 집단체가 있거든요. 결국 한국의 현대 도시에서 문제는 이들의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으로부터 어떻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냐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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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PAP2010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단면을 압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 예술 프로젝트로서 APAP2010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을 구한다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안양이라는 지역을 한 번 둘러보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와 자신과 이웃의 삶, 그리고 공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혹시 마을이나 동네에서 희망이나 위안을 얻고자 했다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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